[ET단상]CCTV `퍼스트무버` 시대를 열자

바야흐로 CCTV 전성시대다. 세계 CCTV 설치 대수가 3000만대를 훨씬 넘어섰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CCTV도 360만대에 이른다.

최근 강력 범죄, 남대문 화재, 구미 불산 유출 등 다양한 사건과 사고를 해결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CCTV가 유일한 해결 수단처럼 느껴질 정도다. CCTV는 안전한 사회 구현을 위한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ET단상]CCTV `퍼스트무버` 시대를 열자

이토록 중요한 CCTV가 지금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대부분 인력에 의지한다. 운영요원이 모니터로 원격감시하거나 녹화된 CCTV 영상을 사후에 수동 검색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두 대 이상 모니터를 동시에 감시하면 12분 경과시 45%, 22분 경과시 95%까지 중요한 보안상황을 놓칠 수 있다고 한다. 운영요원 한 명 당 감시할 수 있는 최대 모니터 개수는 60대 미만이라는 설도 있다.

현재 대부분 감시 센터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운영요원으로 시설을 감시한다.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 사후 영상 검색에 수백여 인력이 동원돼 일일이 수동으로 검색한다. CCTV 관리 과정에서 비생산적인 요인을 없애는 기술적인 해결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CCTV를 지능화하는 영상인식 기술이 그 중 하나다. 입력된 영상을 자동 분석해 객체 검출, 추적 , 식별, 이상 물체 탐지, 위험상황 인지 등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영상인식 기술은 컴퓨터에 인간 지능을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지난 수십년 연구개발에도 어떤 경계를 넘는다거나 특정 색깔의 옷을 입은 사람을 분별하는 비교적 단순한 기능 정도만 개발됐다. 아직 사람 시각에는 크게 못 미친다.

최근에는 그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하늘의 눈으로 불리는 무인기 드론(drone)과 영상인식 기술을 결합하는 등 범죄를 사전 예측·예방하는 기술로 발전한다. 로봇, 스마트카, 무인자동차, 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지능형 영상인식 기술은 다양하고 화려한 측면이 있지만 사용자가 예상하는 것과 실제 성능 사이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 첫 번째 문제는 인식 성능에 대한 기술적 완성도다. 둘째는 영상인식 처리를 위해 계산량이 높은 성능의 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 생활에 필요한 지능형 영상인식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사용하려는 기능의 기술적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고 완성도를 충분히 높여야 한다. 기능이 부족하더라도 실제 감시 센터에서 효용성이 입증되면 향후 더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높은 성능의 하드웨어 개발도 이어질 것이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많은 인구가 밀집 거주하기 때문에 감시센터 필요성이 매우 높다. 정보기술(IT) 개발 속도가 빨라 지능형 영상인식 기술처럼 어려운 기술을 상용화하는데 유리하다. 우리가 안전한 사회 구현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계속 발전시킨다면 향후 감시 센터는 물론 CCTV와 영상 정보를 저장하는 DVR 분야에서도 `퍼스트 무버`로서 기술적 우위를 누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빅 브라더`에 관한 우려다. 우리나라는 정보보호 민감도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나 프라이버시에 대한 민감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개인 동의 없는 무차별 CCTV 촬영은 엄연한 인권 침해이자 사생활 침해다.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향후 프라이버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다. 이보다는 영상정보를 생성, 감시, 폐기하는 전 과정에 프라이버시 업무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지능형 영상인식 기술이 활용되는 하이테크 감시 센터가 범죄 예방이라는 좋은 목적으로 운영돼 신뢰를 얻는다면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사회 안전 시스템, 퍼스트 무버`가 될 것이다.

차영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지식정보보안 PD ytcha77@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