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어제 창업·기술 기업을 돕는 이른바 `창조금융` 정책을 쏟아냈다. `미래창조` `성장사다리` `지식재산(IP)` 등 각종 펀드를 조성한다. 또 누구나 온라인으로 창업 또는 제작 투자를 하는 `크라우드 펀딩` 제도를 도입한다. 초기 중소기업 대상 자본 조달 경로인 `코넥스시장` 신설도 약속했다.
모두 박근혜정부 어젠다인 창조경제와 맞물렸다. 그래서 `창조금융`이라고 이름을 붙일 만하다.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을 뿐 초기 운영자금이 절실한 스타트업 기업, 더 큰 도약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우량 중소벤처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스타트업, 중소벤처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줬다는 점에서도 매우 칭찬할 만한 정책 방향이다.
그런데 문득 `데자뷰`(기시감)다. 언젠가 봤던 그런 느낌 말이다. 바로 전 정권의 `녹색금융`이다. 이명박정부가 녹색성장을 부르짖자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은 `녹색`이 들어간 다양한 정책금융과 상품을 선보였다. 지금 그 자취는 온데간데없다.
정책에도 유행이 있다. 시대가 달라지면 정책도 새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 할지라도 `녹색금융`처럼 반짝 유행이 돼선 곤란하다. 어차피 몇 년 안에 흐지부지된다면 누가 믿고 따르려 하겠는가. 일관성이야말로 정책의 가장 큰 덕목이다.
유행에 편승했다고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자원이 사람뿐인 우리나라에선 지금 내놓은 것보다 더 강력하게 창조금융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이 아쉽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정책들도 사실 창업·기술 기업들이 그간 끊임없이 요구했던 것들이다. 그 때마다 검토해 시행했어야 할 정책을 정권 교체에 맞춰 한꺼번에 백화점 식으로 내놓으니 `녹색금융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떠오르지 않겠는가. 창업·기술 기업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정책보다 `정부의 끊임없는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