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미국서 187만대 리콜…브랜드 타격 우려

현대·기아차가 `스톱 램프(브레이크등) 스위치` 작동 결함으로 미국에서 187만대 리콜에 나서면서 전장 품질 향상과 내구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이번 리콜 물량은 현대·기아차가 국내외서 실시한 단위 리콜 중 사상 최대 규모다. 품질 향상을 통한 브랜드 혁신을 추진 중인 현대·기아차의 중장기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리콜의 원인이 전장 부품 결함으로 드러나면서 향후 부품 수급망 재편과 인적 쇄신을 포함한 강도 높은 혁신 조치가 예상됐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 총 13개 차종 187만대를 브레이크등 스위치 및 에어백 결함으로 리콜한다고 3일(현지시각) 밝혔다. 브레이크등 스위치 결함으로 리콜되는 차량은 엘란트라를 비롯한 현대차 7종 105만9824대다. 기아차는 쏘렌토 등 6종에 걸쳐 62만3658대를 리콜한다.

브레이크등 스위치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이를 인식해 후미의 스톱 램프를 작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미국 안전 당국은 브레이크등 스위치 불량으로 운전자가 페달을 밟아도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거나, 푸시-버튼 스타트 등의 오작동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리콜의 원인은 스위치와 함께 스톱 램프로 이어지는 전선의 문제일 가능성도 높다”며 “현대·기아차로서는 최근 급속하게 늘어난 전장 부품의 내구성과 품질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2~3년 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올해 초 미국 JD파워의 자동차 내구품질지수(VDS)에 따르면, 현대차(141)와 기아차(140)의 내구성 평가는 모두 업계 평균(126)을 밑돌았다. 2010년 현대차가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11위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구품질지수는 출시 후 3년이 된 차량의 불만 건수를 조사한 것으로 현대차의 순위가 지속 하락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의 전장 부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들 부품이 차량의 가혹한 운행 조건을 견뎌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내부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함구령이 내려져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문제가 된 부품에 대한 공급망 재편 및 인적 쇄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4일 `30대 그룹 사장단 창조경영 간담회` 직후 “리콜 사태를 최대한 빨리 수습하겠다”며 “리콜사태 해결을 위한 비용을 계산하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빨리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리콜 물량이 미국과 한국 이외 지역으로 확산할 경우, 최대 300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또 소요 비용은 현대차 900억원, 기아차 400억원 선으로 전망됐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