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책]이상홍 KT파워텔 사장

이상홍 KT파워텔 사장은 작가다. KT 종합기술원 부원장 시절 `우면동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며 주변과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엮었다.

이 사장은 어떤 대상에 한번 빠지면 끝을 보고 마는 마니아다. 최근 몇 년간 관심을 가진 분야는 야생화로 우면동 인근에 근무할 당시 오가는 길에서 마주친 꽃들을 보며 애정을 키웠다.

[CEO와 책]이상홍 KT파워텔 사장

“양재천 주변을 걷다보면 이름 모를 꽃이 많아요. 이 꽃의 이름은 무엇일까. 사소한 물음에서 인연이 시작됐지요.”

서울 목동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난 그는 야생화 책을 한아름 꺼내 놓았다. 어림잡아도 20여권이다. 국내에 나온 야생화 관련 서적은 모조리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는 그중에서도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이라는 책을 골랐다. 송기엽 사진작가와 이유미 국립수목원 박사가 함께 썼다.

이 사장은 “야생화 종류, 이름의 유래를 알기 쉽고 편하게 정리한 책”이라며 “언제 보아도 매번 새로운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폼 나거나 어려운 전공서적은 아닙니다. 새로운 경영기법을 소개하지도 않죠. 뒷동산이나 집 근처 산책로 같은 책입니다. 요즘말로 하면 이른바 `힐링`이 되는 책이죠.”

그의 야생화 사랑은 대상을 탐구하고 위로를 받는 데 그치지 않았다. 야생화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었다. 한겨울에도 꽃을 피우는가 하면 출장차 방문한 두바이 사막 한복판에서도 야생화의 질긴 생명력을 목격했다.

각자 이야기를 가지고 묵묵히 살아가는 모습이 인간사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장은 야생화와 일상을 엮은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에서 시작해 페이스북으로 옮겨갔다. 점점 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가 쓴 `우면동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에 한 꼭지를 할애해 야생화 사랑을 자세히 소개했다.

2012년 초 우면동을 떠나 KT파워텔 사장으로 부임한 후에는 매주 한 번 직접 찍은 야생화 사진과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뉴스레터로 직원에게 전달했다. 때로는 회사 업무와 야생화를 연결하기도 했고 직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작년 여름 TRS(주파수공용통신)와 일반 전화기능이 합쳐진 스마트폰 `더블비`를 준비할 때는 무더위 속에 여무는 야생화와 열매를 소개하며 회사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와 KT파워텔이 나눈 `야생화 꽃 편지`는 올해 3월 52회를 끝으로 일단 마무리됐다. 이 사장은 야생화 사랑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은퇴 후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할 계획도 내비쳤다. 평생을 같이 할 든든한 동지가 생긴 셈이다.

“야생화 중에 이름을 여러 가지 가진 것들이 있습니다.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려지는거죠. 사람이나 꽃이나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애정을 가지고 보면 그 안에 각자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