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성인 사이트에 종종 접속해 동영상을 감상하는 찰리. 단말기를 블랙베리 신제품 `블랙베리 Z10`으로 바꾸자마자 `후끈한 작품(?)` 감상에 들어갔다. `야동` 삼매경에 빠진 찰리에게 날아든 메시지 하나. “헤이, 찰리 어디서 그런 좋은 사이트를 안거야? 덕분에 잘 봤어.” 당황한 찰리에게 애인 앤서니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상한 동영상이나 보고. 창피해.” 어떻게 된 일인지 어안이 벙벙한 찰리. 사태의 발단은 `블랙베리 Z10`이다.

블랙베리 Z10 사용자는 동영상을 볼 때 충분히 주의해야 한다. 4일 허핑턴포스트는 블랙베리 Z10으로 보는 동영상이 자신도 모르게 메신저 친구들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선보인 블랙베리 Z10은 블랙베리의 대명사 쿼티 자판을 없앤 풀터치폰으로 동영상과 게임 등 `재미`를 강조했다. `업무용 스마트폰`으로 낙인찍히며 하향세를 겪은 블랙베리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내놓은 야심작이다.
블랙베리 Z10은 동영상과 게임 외에도 연락처를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와 연동하는 `소셜` 기능을 강조했다. 문제는 블랙베리 Z10에 내장된 `블랙베리 메신저(BBM)`. 소셜 기능을 강화한 BBM은 사용자가 재생하는 동영상과 음악을 메신저로 연결된 친구와 자동 공유할 수 있다. 공유 내용도 언제, 어떤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구체적이다. 한 마디로 지나친 소셜이 사용자의 은밀함까지 노출하는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이 사실은 최근에야 블랙베리 블로그 `크랙베리`에서 밝혀졌다. 블랙베리도 뒤늦게 이를 인정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카카오톡처럼 다양한 운용체계(OS)에서 실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BBM은 블랙베리 Z10 사용자끼리만 쓸 수 있다. 설정 변경으로 동영상 재생 기록 자동 공유 기능을 없앨 수 있다.
블랙베리 Z10은 출시 3개월 만에 100만대 판대를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블랙베리 회생의 선봉장이 될 지는 미지수다. 블랙베리는 올해 1분기 사용자가 300만명 감소하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