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무부의 외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 예비 판정이 돌연 연기됐다. 한국·미국·유럽 등 국가와의 이해관계가 얽혀힌 이 분야에 중국 정부가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우리 폴리실리콘 업계는 중국 정부 판정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결과에 고민하고 있다. 그럴 것이 우리 업계의 중국 태양광시장 의존도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정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OCI다. 이 업체는 전체 생산물량의 절반가량을 중국으로 수출한다. 중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예비 판정 대상 국가인 미국, 유럽도 겉으로 보는 사정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보다 여유가 있다. EU는 6월경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을 카드로 활용한다. 미국은 이미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대해 반덤핑 판정을 내리고 관세부과를 결정했다. 중국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한국·미국·유럽의 입장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할까.
미국·유럽은 현재, 과거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을 형성한 국가다. 매년 수 기가와트(GW)에 달하는 설치량을 기록하며 태양광 보급을 늘리고 있다. 중국 태양전지, 모듈 업계의 최대 수출 시장이기도 하다. 태양광 강국인 중국이라도 이들 국가의 구매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 이는 곧 중국 정부가 외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 예비 판정이 연기하는 주요 이유기도 하다.
우리는 중국을 압박할 어떠한 카드도 보유하지 못했다. 연간 국내 설치량도 수백 메가와트(㎿)수준에 불과하다. 오히려 중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수출국이다.
태양광시장을 둘러싼 무역 분쟁은 지속 될 가능성이 크다. 언제 어느 국가가 몽니를 부릴지 모른다. 이는 곧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기업이 언제든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국내 기업이 제품을 공급할 내수 시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안정적 국내 시장은 해외 기업과 동등한 위치에서 싸울 수 있는 필요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안방도 없이 태양광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반덤핑 판정이 해외 시장에만 목메는 태양광 업계의 슬픈 자화상을 비춰줘 안타깝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