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재기업 현장을 가다](3)세계 최대 실리콘 공급사, 다우코닝

규소(Si)는 지구상에 산소(O₂) 다음으로 많은 원소다. 지각의 30%가량이 규소로 이뤄져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도처에 널려 있는 규소에서 실리콘 소재를 뽑아내 64억3000만달러(7조1437억원, 2011년 기준)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있다.

미국 미시간 미들랜드에 위치한 다우코닝의 첨단제품 연구개발 , 제조 기지인 어번(Auburn) 사이트.
미국 미시간 미들랜드에 위치한 다우코닝의 첨단제품 연구개발 , 제조 기지인 어번(Auburn) 사이트.

다우코닝이 그 주인공이다. 실리콘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 켄터키주 캐럴턴, 영국 웨일스주 베리, 중국 장쑤성 양쯔강 유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실리콘 기반 제품을 생산한다.

이 중 핵심 연구개발(R&D) 기능과 첨단 제조 설비는 미국 미들랜드 본사 주변에 집결해 있다.

최근 회사가 주력하는 소량·다품종 제품은 본사에서 1마일여 떨어진 어번 사이트(Auburn Site)에서 주로 생산된다. 여기서 개발·생산하는 실리콘 종류만 200여종에 이른다. R&D와 제조시설이 맞붙어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시장 조사, R&D, 원재료 공급망, 제조 시설을 어번 사이트 내에 모두 갖췄다.

브라이언 머니 어번 사이트 총괄은 “연구개발팀과 제조팀이 협업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 조직 구조 덕분에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Silicon)과 실리콘(Silicone)

우리가 흔히 `실리콘`으로 부르는 물질은 두 종류다.

땅에서 규소를 채취하려면 우선 규사(실리카·쿼츠·석영유리)를 캐야 한다. 규사를 제련(산소를 제거)하고 화학 처리를 거치면 96~98% 순도를 가진 `실리콘 메탈(Silicon Metal)`이 된다.

이때부터 실리콘은 두 갈래로 나뉜다. 정제 과정을 한 번 더 거쳐 순도를 높이면 순수한 규소 덩어리인 `폴리실리콘(Polysilicon)`, 즉 실리콘(Silicon)이 만들어진다. 반면에 실리콘 메탈에 산소 등 인공적으로 다른 물질을 합성하면 `실리콘 폴리머(Silicon Polymer)`라 불리는 실리콘(Silicone)이 만들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폴리실리콘과 실리콘 폴리머를 공급하는 다우코닝 본사 주변에는 이 물질들을 만들어내는 증류탑이 수십 개 늘어서 있다. 규사 1톤은 규소를 40%가량 포함하고 있는데 다우코닝은 거의 100%에 가까운 규소 추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실리콘 기반 제품 7500종

실리콘은 액체·고체·반고체 상태 등 합성 방법에 따라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꿀 수 있다. 인체에 무해하고 탄력성이 좋은데다 방수 기능도 있다. 땅에 묻으면 분해도 된다. 산업 전반에 널리 쓰일 수밖에 없다. 응용 제품만 7500종에 달한다.

실리콘 폴리머로 만들어진 실란트(Sealants)는 70년 가까이 쓰인 소재다.

유리 창호용으로 처음 개발됐다. 샴푸·화장품 등 생활 용품의 유화제로도 실리콘이 사용된다. 자동차 에어백 코팅 소재도 실리콘이다. 합성 피혁에도 들어간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칼리파`의 유리창 코팅재는 다우코닝의 실리콘이 원소재다. 스마트기기에 쓰이는 유리의 흠집이나 오염 물질을 막아주는 특수 폴리머 코팅재 `이지투클린`은 대표 제품이다.

폴리실리콘은 전자 산업에 주로 쓰인다. 반도체·태양광용 웨이퍼,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용 소모품, 고체 조명, 폴리크리스털, 발광다이오드(LED) 봉지재 등에 두루 적용된다.

회사는 세 개 브랜드 전략으로 고객 대응 채널을 다변화했다. 첨단 제품에 응용되는 실리콘폴리머와 메탈실리콘은 `다우코닝`에 속한다. `자이아미터(XIAMETER)`는 중저가 브랜드다. 전체의 30%가량을 온라인 직거래로 판매한다. 자회사 `햄록 반도체`는 반도체 웨이퍼용 폴리실리콘을 주로 공급한다.

◇실리콘카바이드·진공단열패널·절연소재로 새 도약 준비

다우코닝은 실리콘 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래 먹거리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대용량·고효율 전력 관리 제품에 쓰이는 SiC를 올해 주력 품목으로 선정했다. 실리콘웨이퍼 시대에는 원재료인 실리콘까지만 공급했지만 SiC는 웨이퍼까지 직접 생산한다.

올해 지름 150㎜ 웨이퍼까지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기존 웨이퍼 업계는 강력한 경쟁자를 맞게 됐다. 다우코닝은 이를 위해 오는 2017년까지 어번 지역에 1억달러(1111억원)를 투자한다. 5년 안에 매출액 20% 성장이 목표다.

진공단열패널(Vacuum insulated panel) 역시 최근 개발한 제품이다. 발코니나 갑판 유리문 등에 쓰여 내외부 열 전달을 차단한다.

인쇄회로기판(PCB)에 적용되는 절연소재 역시 신사업으로 추진한다. 기존 구리선을 대체하고 PCB상 데이터를 아주 빠른 속도로 전송할 수 있는 재료를 연구한다. 실리콘의 유연성을 활용해 절연 소재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R&D를 진행하고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