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연해에 있는 카탈루냐는 쾌청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구제금융설까지 나도는 스페인 경제의 어두운 속내와 달리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다. 지난 2월 하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3`을 참관하러 방문한 바르셀로나는 들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시회를 유치한 것 말고도 숙명의 라이벌인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경기를 앞두고 있어 도시 전체가 술렁거렸다.
호텔 투숙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그나마 방도 구하기 어렵고 레스토랑과 상가들은 북적였다. 여기에 상시적으로 가우디 건축물의 천재성을 감상하러 찾는 외국 관광객은 연간 750만 명에 달한다. MICE(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vent & Exhibition)산업과 스포츠 등 서비스 분야가 거둬들이는 경제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부러우면서도 실감났다.
바르셀로나에서 서비스산업 위력을 체감했다면 MWC는 모바일 융합이 펼쳐 보이는 신천지를 미리 체험해보는 자리였다. 그동안 모바일 융합은 주로 자동차와 조선 산업분야 등 이종(異種) 간 결합으로 일어났다. 전시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상 속으로 성큼 다가온 스마트 의료 및 교육 등 신융합 기술을 속속 선보였다. IT와 메디컬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의료는 쉽고도 간편한 원격 진료를 척척 시연했고, 스마트기기와 다양한 학습 콘텐트용 앱(App)이 결합된 스마트 에듀는 시공은 물론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교육기법을 자유자재로 펼쳐보였다.
부스들은 모바일 신기술의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세계 유수의 모바일 전문기업들이 참가해 저마다 새로운 모바일 제품 및 트렌드를 제시하면서 눈을 빼앗았다. 전시회의 모토처럼 `새로운 모바일의 지평(The New Mobile Horizon)`이 열리고 있었다. 모바일이 융합형 경제의 핵심이고, 트렌드이며, 융합의 속도에 불이 붙고 있음을 실감했다.
이번 MWC에는 국내기업도 총 82개사가 참가했다. 모바일 제조, LTE 이동통신, 통신기기, 콘텐츠 분야에 두루 참가해 모바일 융합을 이끌어가는 국가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래서일까. 행사를 주최한 GSMA의 존 호프만 회장은 MWC 장관회의의 한국대표로 참석한 나를 유독 반갑게 맞이하면서 교육과 의료 등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기업과 협력하길 희망했다. 바르셀로나의 트리아스 시장과도 면담했는데, 그는 “역사와 문화예술의 도시를 스마트 시티로 전환하려고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GSMA와 KOTRA가 협력해 도와줬으면 한다”면서 역시 한국기업에 러브콜을 보냈다.
새 정부가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첫 번째 국정목표로 삼으면서 창조경제에 대한 담론이 확산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산업과 산업, 문화와 산업, ICT와 제조업 간에 융합될 때 실현될 수 있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이진 곳에서 융합이라는 꽃이 피어나야 창조경제가 가능하다. 이러한 창의적 융합의 중심에 모바일과 ICT산업이 있다. 이들 분야는 젊은이들의 영역이라 시대과제에 부합하고 미래 또한 밝다. 청년들의 취·창업에 적합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이다.
MWC에 마련된 한국관에는 통신기기 및 솔루션 중심으로 17개 중소기업이 참가했다. 주눅 들지 않고 외국 바이어들과 상담하고, 계약을 성사시키고, 사후 협의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 대견했다. 협소한 국내를 벗어나 세계무대로 나가려는 용기와 도전에 찬사를 보낸다. 봇물 터지듯 우리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뻗어나가도록 문지방을 낮추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소박한 다짐을 하게 된다.
이것이 중소기업 중심의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과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바르셀로나 시내에 우뚝 솟은 콜럼버스 기념탑을 올려다보았다. 신대륙 탐험의 역사가 시작된 곳에서 모바일이 이끌어가는 창조경제의 내일을 그려보았다.
오영호 KOTRA 사장 youngho5@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