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고 한다. 인생은 삶(Birth)과 죽음(Death) 사이, 선택(Choice)의 연속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일어나면서 10분 더 늦잠을 잘지, 말지와 같은 사소한 선택부터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중대한 선택까지 늘 무언가를 고르며 산다.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이자 권리다. 실제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에만 대략 150번 선택을 한다.
황당하게도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선택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 바로 음악 저작권이다. 우리나라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라는 한곳에서 음악 저작권신탁을 독점한다. 창작자는 자신의 저작권을 오직 한곳에 몽땅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저작권신탁단체가 주는 대로 저작권료를 받아야 한다. 음원 사업자들도 이곳 하나의 창구로만 저작권료 협상을 해야 하니 불만이 크다. 실제로 KBS와 음저협은 저작권 협상에 실패해 작년부터 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저작권신탁단체의 경영도 투명하지 않다.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음저협은 횡령 혐의와 불투명한 경영으로 도마에 올랐다. 그래도 창작자는 저작권신탁단체를 선택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신의 권리를 신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희소식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곧 복수 음악 저작권신탁단체를 허용할 예정이다.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과거 미국에서도 `아스캅`이라는 단체가 독점적으로 음악 저작권신탁을 맡았지만 반독점 규제법에 따라 철퇴를 맞았다. 현재 미국은 세 곳의 음악 저작권신탁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기존 체제가 깨지는 만큼 우려되는 부분은 신속히 대비해야 한다. 창작자와 이용자는 복수단체가 나오면 저작권 계약이 복잡해진다는 점을 가장 걱정한다. 이는 모든 저작권에 대한 정보를 검색한 후 계약까지 완료할 수 있는 `디지털저작권거래소`를 만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모든 정보가 공개되니 저작권 계약 상황도 투명해진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속담처럼 경쟁없는 분야는 불투명해지게 마련이다. 복수 저작권신탁단체가 들어서면 선택권이 늘어나고 저작권 분야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