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아진 유럽인 지갑 `고가 스마트폰`에 안 열린다

유로존 재정 위기가 유럽 소비자들의 모바일 기기 구매 성향을 바꿔 놨다. 올해 유럽 시장에서 고가 스마트폰 판매도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7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스테판 리차드 프랑스텔레콤 CEO는 “더 돈을 아끼려는 유럽 소비자가 고가 스마트폰을 파는 애플 등을 외면하고 있다”며 “지금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이 전환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프랑스텔레콤은 유럽 최대 통신사 중 하나다.

스테판 리차드 프랑스텔레콤 CEO
스테판 리차드 프랑스텔레콤 CEO

리차드 CEO는 “최신 첨단 제품을 찾는 소비자 수는 더 줄어들고 저가폰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며 “이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저가 제품이 많은 안드로이드폰 점유율이 유럽에서 75~80%에 달하는 이유다.

유럽인들의 구매 성향 변화로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스마트폰 기업들의 전략 변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리차드 CEO는 “통신사 보조금 없는 600달러(약 67만8000원)짜리 아이폰은 대부분 소비자들에게 너무 비싸다”며 “애플의 올해 내놓을 차기 아이폰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텔레콤은 이에 맞서 최근 3년 간 약 25% 가격을 인하하면서 수익 압박을 받고 있다. 무제한 통화·문자 서비스에 3GB 데이터 용량을 제공하는 약정이 월 26유로(약 3만8000원)에 불과하다. 리차드 CEO는 “미국 T-모바일 50달러(약 5만6000원) 요금제와 같은 혜택을 절반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리아드 등 저가 서비스를 내놓는 통신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프랑스 주요 통신사들은 지난해 통신가격을 평균 약 10% 내렸다. 올해도 10~12% 수준의 추가 인하가 이뤄질 전망이다. C넷은 “애플이 만약 저가 아이폰을 내놓는다면 신흥 시장과 유럽 등 지역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