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화두는 `창조경제`다. 새 정부는 `첨단 과학과 기술·아이디어를 융합해 일자리 창출과 성장으로 연결하고, 추격형 경제를 선도형 경제로 만드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정의가 추상적이고 모호해 이해집단 간 아전인수격 해석과 시비거리가 적지 않다. 분명한 것은 창조경제 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이다. 분업 고도화로 대표된 기존 산업 패러다임은 한계에 다다랐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시장 경계가 무너지고 파급효과가 극대화하는 환경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남을 따라가며 발전했다면 이제 새 것을 만들어 선도해야 한다. 새 패러다임이 바로 `창조`다.
흔히 1998년 영국 정부의 `크리에이티브 브리튼(창조 영국)` 정책을 예로 든다. 영국은 문화산업을 창조산업으로 다시 정의하고 한계에 다다른 제조업과 다른 산업 간 문화적 창조성을 접목했다. 9년 만에 GDP는 170% 증가했다. 일자리도 40만개를 창출했다. 우리도 온라인 게임으로 국내 10대 부호 반열에 오르고, 싸이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조회수가 14억을 넘어 세계 1위에 올랐다. 굳이 외국 사례를 찾을 필요가 없다.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최근 경제위기에도 유럽연합(EU)을 지탱한 나라는 영국이 아니라 독일이었고 제조업이 힘의 근간이었다는 사실이다. 문화산업 1위인 미국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조업 살리기에 나섰다. 해외 공장이 되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통산업도 과학기술·ICT와 융합해 더욱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
어떤 패러다임이든 목적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이다. 창조경제의 성패는 전혀 다른 경제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1인 창조기업, 벤처·중견기업, 대기업 등이 상호 융합(상생과 협력)해 두루 경쟁력을 키우는 데 달렸다.
정부는 벤처왕국 이스라엘처럼 창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한다. 창업 기회를 늘리고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첫째 취업 경쟁력이 있어야 창업도 성공한다는 점이다. 취업을 피해 창업을 택하면 실패 확률은 훨씬 커진다. 둘째 어떤 창업도 사즉생(死卽生)의 기업가 정신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된다. 셋째 정부 지원금에만 의지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벤처캐피털이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투자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다양한 창업·중소기업 관련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원스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조경제 중심에 사람이 있다. 수혜자도 고객도, 제공·실행자도 사람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상상을 구체화 해 상품·서비스·콘텐츠로 만들고 팔리도록 해야 한다. 이 생태계는 국민 인식과 가치관, 그리고 정책과 시스템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창조경제 모든 의제가 사람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모아져야 한다. 모두의 근로 의욕을 회복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김영주 (재)전남문화산업진흥원 원장 yjkimnew@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