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미래 은행 브랜치 `Q110`을 가다

〃1989년 소련과 동구 공산권이 붕괴하면서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이곳에 2005년 9월 세계 유일의 미래 브랜치은행 Q110`이 베를린 프리드리히(Friedrichstrasse 181)에 들어섰다 Q110은 세계 유일한 미래 은행 으로 불린다 금융창구의 혁신적 파괴 100년 후 은행 모습을 연구하고 실험할 수 있는 파일럿 허브로 자리잡았다.

'세계 유일' 미래 은행 브랜치 `Q110`을 가다

〃내로라하는 해외 유수의 IT기업과 고객 접점 비즈니스를 펼치는 글로벌 기업도 Q110을 거쳐 사업 아이템을 잡을 정도다 도대체 Q110을 왜 혁신의 상징으로 보는가? 다른 은행과 무엇이 다른가? 궁금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무작정 고속기차에 몸을 싣고 4시간 반을 달려 베를린 Q110에 도착했다. 그런데 기자를 맞은 건 곰이었다.

〃◇개밥그릇과 포르셰

〃입구부터 특이했다. 현대적이고 복잡한 문이 아니라 익살스러운 Q110의 상징 곰 동상이 기자를 맞이했다. 입구로 들어서자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이게 은행인가? 여러 공간이 마치 큐빅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명품 백화점을 방불케했다. 1260㎡의 공간에 라운지 어린이놀이터 트렌드숍과 갤러리가 보였다.

〃Q110이 내세운 혁신은 바로 소통과 파괴다. 지점은 많은 기업과 은행에 실험실로 불린다. 새로운 기술과 프로젝트가 나오면 Q110내 전시장과 매장을 이용해 가능성을 확인한다. 전시 매장에 포르셰 스포츠카가 진열돼 있다. 그 옆에는 명품가방과 생필품 매장이 입점해 고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실제 제품을 판매한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전시공간에서 모바일 영화제를 개최했다. 별도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단편영화도 상영하고 모바일 영상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지금은 부동산 컨설팅업체가 입점해 고객 대상으로 부동산 매입과 감정 등을 삼성 태블릿 PC를 통해 상담하고 있었다.

이곳을 다녀간 곳은 삼성전자 외에도 영국 1위 백화점 해로즈가 성탄절 선물 프로젝트를 전시했다고 한다.

〃나딘 처처(Nadin Chucher) 지점장은 Q110은 비즈니스 실험을 할 수 있는 미래 공간을 제공한다. 석 달에 한번 업체를 바꾸고 이들 기업이 고객접점에서 과연 이 상품이 제대로 팔릴 수 있는지 척도를 제공하는 것이다. 창구를 내방하는 고객도 새로운 상품과 솔루션을 이 지점에서 접한다 고 설명한다.

〃 독일인들은 애완동물을 좋아한다. Q110지점에는 애완견을 위해 사료와 밥그릇 물을 전시장 한쪽에 배치했다. 개와 사람이 공존한다.

〃◇IT와 힐링의 만남, 익살스러움

〃IT와 힐링의 만남 Q110의 또 다른 강점이다. 각기 분리돼 돌아가는 별도의 공간은 마치 하나의 큐빅처럼 절묘하게 돌아간다. 고객이 입구를 들어서면 센서를 통해 방문 고객 수를 카운팅하고 각 공간별로 머무는 시간을 측정한다. 한 고객이 Q110을 방문해 어떤 곳에 어느 시간만큼 머무는지를 일별로 체크한다. 보통 은행 이용시간은 길어야 20분 내외다. 하지만 Q110은 평균 이용시간이 2시간이다 보고 즐기고 놀 수 있는 문화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 이 문화적 요소를 어떻게 금융으로 연결해 활용할까? 역시 체험과 즐김이었다. Q110에는 전 세계 은행에 없는 특이한 장비가 하나 있다. 삼성전자와 도이치은행이 협력해 만든 서페이스(Samsung Sur40 mit Microsoft® PixelSense™) 미래 가상체험 기기다.

〃이 기기에서 고객은 연도별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입력하면 이에 대한 경제 컨설팅을 자동 계산해 보여준다. 그것도 게임으로 말이다. 예를 들어 내가 2020년에 집을 하나 구입하겠다는 목표를 입력하고 나의 개인정보(가족관계 재산 등)를 입력하면 모든 걸 자동 환산해서 그 목표가 실현가능한지 또 얼마만큼의 저축이 필요한지 등을 한눈에 보여준다. 여기에 대출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또 그 대출 상환시기도 어떤 것이 적정한지 등 나의 재테크를 알기 쉽게 체험할 수 있다.

〃결과물 등이 나오면 기기를 통해 정보가 Q110 금융 컨설턴트에게 전달된다. 컨설턴트가 약속을 잡고 금융 상담이 이뤄진다.

아직 실험단계이지만 Q110은 딱딱하고 지루한 상담실로 가기보다는 이 기기를 통해 알기 쉽게 상담을 하고 그 옆 라운지에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금융상담을 한다.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이 소통창구다. 종이는 사라진지 오래다. 최근에는 이 기기의 기능을 추출해 별도의 앱(애플리케이션)까지 만들었다. 한쪽 구석에 마련한 ATM기기 이 장비에도 비밀이 있다.

〃◇벽과 편견을 허물다 숨겨진 배려

〃성인이 금융 업무를 볼때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일까? 바로 아이들 이다. Q110은 성인고객과 아이를 분리할 수 있는 별도의 보육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시설은 오후 1시에 개장해 도우미가 아이를 돌봐준다. 토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성인 고객은 은행업무와 상관 없이 아이를 맡기고 업무를 볼 수 있다. 다만 아이를 맡기고 외부로 나가는건 금지된다. 아울러 전시무대를 활용해 아이들 그림그리기 대회 등을 개최해 부모님과 함께 소통하는 문화체험 시간도 수시로 갖는다.

〃독일 사람은 은행가기를 싫어한다. 폐쇄적이고 고압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Q110은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문턱과 유리창문 계단을 모두 없앴다.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상담창구와 개인 프라이버시를 강조한 모니터와 상담실이 있다. 또한 개인인증을 강화하기 위해 ATM에 세계최초로 혈관인증시스템을 도입했다. 돈 인출시 비밀번호 외에 내 손안의 혈관을 측정해 인증받는 방식이다. 손 혈관은 복제가 불가능하다.

〃지금은 잠시 이 시스템을 중단했다. 2년 동안 혈관인증시스템을 가동한 결과물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결과물이 나오는 대로 다른 지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5년차 금융기자 감히 혁신 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금융시스템을 5년간 접한 기자로서 도이치은행의 Q110을 감히 혁신이라 부르고 싶다. 혁신은 새롭고 그동안 없었던 그 무엇을 의미한다. 하지만 Q110이 표방한 혁신은 고객을 위한 배려를 모토로 다른 것을 실험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라고 말하고 싶다.

도이치은행은 이 Q110 지점을 늘릴 계획이 없다.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독일인은 은행을 신뢰하지 않는다. 때문에 대면창구를 통해 신뢰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이치은행의 지점은 포스트뱅크 인수 후 무려 1850곳이 된다. 독일인구는 약 8000만명. 하지만 Q110은 은행창구의 혁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허브로 있어야만 빛을 발한다. 이는 Q110으로부터 나오는 무궁무진한 실험적 아이디어와 독창성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떼어내 강점만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Q110은 미래의 도이치은행 을 표방한다. 이미 상담실에 세네토라(Senetora)라는 원격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전국 독일 도이치은행 지점과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고 결과물을 공유한다.

〃셰이크(Shake) 뱅크 각자의 맛이 담긴 혼합물을 절묘하게 섞어 또 다른 맛있는 칵테일을 만든 Q110 은행의 미래를 보았다.

베를린(독일)=길재식기자 osolgil@etnews com

인터뷰- 틸 스타펠트(Till Staffeldt) 독일 도이치은행 프라이빗뱅킹 대표



〃-미래은행 Q110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독일 은행은 전통적으로 은행 직원과 고객을 유리 칸막이와 높은 카운터로 분리한다. 때문에 독일 사람들은 은행가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편안하고 투명한 밝은 공간에서 대화하면 어떨까란 단순한 아이디어가 Q110을 탄생시켰다. 2005년 9월에 개설한 Q110에는 현재까지 백만명 이상의 방문자가 은행의 미래 를 경험했다.



〃-세계적으로 은행 비대면 채널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앞으로 은행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는가?

▲멀티채널 전략 견고한 지점 네트워크망과 끊임없는 고객 관계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제 고객은 좀더 높은 수준의 자문 서비스를 요구한다. 고객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것이 Q110의 주요 목표다.

〃Q110 상담 장소는 고객 개인 취향에 따라 정할 수 있다. 독립된 카운터에서 편하게 음료수를 마시면서 상담하거나 별도의 라운지 상담도 가능하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독립 회의실도 있다. 미래의 은행 지점은 이처럼 고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다양한 변신과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특히 멀티채널 전략에 있어 지점 네트워크망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Q110을 이용하는 고객 반응은 어떤가?

▲반응은 폭발적이다. 매우 높은 수준의 금융 복합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은 Q110의 외적인 느낌 피드백뿐만 아니라 이 공간에서 경험한 자문서비스에 대해 서로 교감하고 싶어한다. Q110은 다른 일반 지점에 비해 신규 고객을 훨씬 더 많이 유입한다. 이 지점을 방문한 고객은 다른 지점 대비 머무르는 시간이 2배 이상 길다. 오래 머무르면 자연스럽게 은행 컨설턴트와 대화로 이어지며 재무 자문을 받게 된다. 마치 원스톱 쇼핑을 하는 것처럼 편리성을 제공한다. 제품과 미래 트렌드를 가늠할 프로모션 전시 공간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차별화한 금융서비스 툴을 만든 것이다. 이는 외부파트너의 협업체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삼성전자와 독일 현지 부동산 회사인 엔젤&볼커스 와 협업하고 있다.



〃-비대면 채널인 스마트브랜치 지점이 증가하면 은행의 인력 구조조정도 병행되는것 아닌가?

▲현재 독일과 유럽국가들의 소매금융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최고의 자문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는 고객을 위해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포함된다. 따라서 최상의 고객 만족도를 보장함으로써 은행은 실적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이는 곧 교육을 잘 받은 프로페셔널 직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점 확충과 별도로 이 같은 인적 교육에 추가적인 투자를 통해 구조조정보다는 상황에 맞는 인력구조를 가져간다.

베를린(독일)=길재식기자 osolgil@etnews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