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 통신기술 R&D 방향 다시 뜯어봐야

국가 통신기술 연구개발(R&D) 과제에 통신사 참여가 저조한 모양이다. 올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신규 통신 R&D 과제 신청현황을 파악한 결과다. 예비사업자 선정이 끝난 미래인터넷·이동통신 R&D 과제 20여개 가운데 통신사가 참여한 과제는 2개뿐이다. 그것도 연구를 주도하는 입장이 아닌 참여기관 자격이다.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 사업에도 통신사가 주관기관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사가 국가 R&D 과제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참여해봐야 거둬들일 실익이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통신 R&D 과제가 대부분 중소기업 맞춤형이어서 대기업이 보조를 맞추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상대적으로 중소기업보다 많은 기술료를 부담해야 하고 장기과제가 대부분이어서 현업에 바로 적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 R&D 과제에 참여하는 것보다 자체 보유한 기술원이나 연구원과 협력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통신사도 있다. 일부 통신사는 내부방침으로 국가 R&D 과제에 되도록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니 말 다했다.

국가 통신 R&D 과제에 통신사업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개발한 기술을 산업현장에 적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통신기술을 사용하는 주체인 통신사업자가 직접 참여하지 않고 개발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결국 거금을 들여 개발한 연구결과물은 전시용으로 전락하게 돼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정부는 통신 R&D 상용화율을 높이려고 사업협의회까지 만들었지만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사실 대기업이 정부 R&D 과제를 독식한다는 지적은 수 없이 있었다. 그렇다고 대기업을 배제하고 중소기업 위주로 정부 R&D 체계를 바꾸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해 나중에 R&D 결과물을 현업에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는 체계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