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15>책을 쓰고 읽는 목적은?

책에는 한 사람의 체험적 스토리나 깨달음의 흔적이 담겨있다. 모든 일을 한 사람이 다 체험할 수 없기 때문에 책은 다른 사람이 체험한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제공해준다. 내가 직접 체험해보지 못한 다른 사람의 체험을 나는 책을 통해 간접 경험함으로써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깨달음의 기반을 제공해준 책을 통해 용기를 내서 나도 저자처럼 직접 체험하는 방법을 체득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책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제공해주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허풍을 떠는 경우다. 저자나 독자 모두 책은 나로 하여금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화두를 통해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책을 쓰는 작가로서 책을 쓰는 중요한 목적은 지금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즉흥적 해결책이나 만병통치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있지 않다.

돈 없는 사람에게 일주일 만에 1억을 벌 수 있다고 허풍을 떠는데 있지도 않다. 살찐 사람에게 일주일 만에 10㎏을 뺄 수 있다고 뻥을 치는데 있지도 않다. 좌절과 절망에 휩싸인 사람에게 나처럼 하면 바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는 지나친 낙관이나 긍정 마인드를 심어주는데 있지도 않다.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모든 문제는 지금 당장 해결될 수 있다고 구라를 치는데 있지도 않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도 목적이 아니다. 책을 읽는 목적은 책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어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잘못되었거나 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라는 자만과 오만에 휩싸일 수 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거나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수 있다. 그리고 책을 통해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인생에 대해 말을 걸어보는 친구를 만날 수 있다. 책은 직접 만나 대화하는 친구와 함께 직접 만나지 않고도 다양한 문제나 화두를 갖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책을 읽는 목적은 답을 주기보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이 답이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데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