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한 관계자가 14층에서 `얘기`가 된 사안이라며 서류를 건네는데, 지시인지 민원인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지금은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긴 한 과장급 공무원의 토로다. 여기서 `14층`은 KT 광화문지사의 14층, 방송통신위원회의 상임위원실이 있던 곳을 가리킨다. 14층에서 얘기가 됐다는 것은 어느 한 상임위원이 `오케이`를 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렇다고 우리가 해당 상임위원들에게 일일이 `이 건에 대해 그렇게 말씀을 하셨냐`라고 물어볼 수도 없고, 참 난감하더라고요.”
ICT 담당 공무원들이 독임제 부처에 대해 왜 그렇게 열망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사안에서 `14층과 얘기됐다`고 하면, 실무자의 판단이 끼어들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다.
물론 공영 방송사 사장 임명과 같은, 공개적인 석상에서 토론과 견제가 필요한 사안은 위원회조직이 낫다. 업무에 맞는 시스템이 문제였다. 산업적 이슈 대부분은 정치가 아닌 국익(國益)이라는 관점으로 무장한 독임제 부처에서 `바텀 업(bottoms-up)` 방식으로 결정되는 것이 맞다. 다행히 새 정부는 미래부를 출범시킴으로서 이에 답했다.
롱텀에벌루션(LTE) 광대역 신규 주파수 할당이 통신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통신사는 각각 자사에 유리한 `효율적 사용`과 `공정경쟁`이라는 교집합이 없는 논리로 팽팽히 맞선다. 1년이 넘게 통신 분야를 취재한 기자도 한 쪽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이게 맞다 싶다가, 반대 진영의 논리를 들으면 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간이 많이 없다. 최종 결정권자인 미래부 장관이 아직 공석이고, 이 여파로 고위급 공무원 인사도 미뤄졌다. 통신사뿐만 아니라 각계 전문가·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듣는 절차도 빠트리지 말아야 한다.
미래부에서 첫 번째 정책결정자는 실무 관료다. 최근 거의 이 사안에만 `올인`하고 있는 주파수 담당 관료들이 먼저 의견을 수렴해 우리나라 통신 산업 발전을 위한 최선책을 가려내야 한다. 방통위 시절처럼 14층과 얘기가 됐다는 식의 정치논리는 이젠 통할 수 없다.
그만큼 공무원의 책임이 무겁다. 첫 관문인 주파수 할당이 독임제 ICT부처 미래부의 첫 인상을 좌우할 수 있다. 공정하고 현명한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한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