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정부, 웹보드 사행화 방지 `핑퐁게임`

게임업계가 웹보드게임 사행화를 막기 위한 자율결의 수위 조절에 골몰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가 한발 물러서는 등 정책의지가 무뎌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로 `자율 개선` `규제 강화`란 원칙만 갖고 핑퐁게임 중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업계에 따르면 고스톱·포커 등 웹보드게임 운영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불법 사행화를 막는 조치를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이르면 내주 중 자율결의 방안을 만들어 게임산업협회를 통해 문화부에 관련 내용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스스로를 개선하겠다고 나섰지만, 진정성은 의심 받고 있다. 문화부는 지난해 발표한 웹보드게임에 대한 고강도 사행화 방지대책이 지난 2월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로부터 철회 권고를 받자 최근 수정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업계 행보가 형식은 자율이지만 정부의 고강도 규제를 피하기 위해 등 떠밀려 방안을 찾는 꼴이다.

업계가 수익을 줄이더라도 불법 사행화를 막는 장치를 찾지만 속 시원한 해답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사행화의 핵심이 불법 환전이지만 내부 시스템과 연결된 게 아니어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커, 고스톱 등 웹보드 게임에서 불법 도박 행위는 대부분 환전으로 이뤄지는 데 불법환전은 게임기업과 무관하게 점조직으로 운영돼 근절하기도 어렵고 게임업계 외부의 일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화부가 기존 사행화 방지대책으로 내세운 게임머니 한도 지정과 아이템 선물하기 금지, 이용시간 제한, 본인인증 확인제 등도 이용자 불편을 고려하면 도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는 이용자 감소로 이어져 스스로 손과 발을 묶는 행위고 비록 기업이 합의하더라도 자율결의에 참여한 업체만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게임업계로서는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셈이다.

게임업계의 자율 결의 모색에 업계 일부에선 겉으로는 자율이지만 정부가 업계를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학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게임규칙과 운영까지 간섭하는 고강도 규제로 으름장을 놓으면서 시장을 압박하자 업계가 어쩔 수 없이 자율규제안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자율 경쟁체제에서 정부 개입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