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트레이닝`이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개발한 아이디어 발상법이다. 손 회장은 서로 다른 단어가 적힌 300장 카드를 뒤집어 놓았다. 무작위로 3장 카드를 뽑아 서로 연결한다.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키워드 3개가 합쳐져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됐다.
단어를 선택하는 것은 쉽다. 손 회장 사례에서 보듯 카드를 뒤집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고 등장한 단어가 바로 신사업이 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연결고리다. 휴대폰·MP3·터치 기술이란 세 키워드의 연결이 `아이폰`을 탄생시켰다. 애플이 고민한 것은 단어 선택이 아니라 세 단어의 유기적 결합이었을 터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위해 카드를 뒤집었다. 등장한 단어는 과학기술과 ICT다. 창조경제 핵심부처로 떠오른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두 단어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야 한다. 미래부에서 숙명처럼 이야기하는 `융합`이다.
융합을 이야기할 때 `멜팅 팟(Melting Pot)`을 빼놓을 수 없다. 철과 탄소가 뜨거운 용광로에서 녹아 강철로 탄생한 것도 대표적인 융합 결과다. 과학과 ICT도 녹아 창조경제란 새로운 강철로 태어나야 한다.
그러나 과학과 ICT란 요소와 창조경제란 결과물은 있는데 용광로가 보이지 않는다. 두 단어카드의 연결 고리가 부재한 셈이다.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미래부 1차관이 내정됐을 때 “과학기술과 ICT의 융합으로 창조경제에 일조하겠다”고 답했지만 특별한 융합 방법론은 제시하지 못했다. 실체가 없는 융합. 그 용광로는 지식재산(IP)이 돼야한다. 과학기술 연구성과가 IP 권리화돼 사업화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연결선이 필요하다. 대학·출연연 미활용 특허가 70%가 넘는 지금, 연구성과가 보호받고 산업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IP라는 그릇이 있어야 한다. 연결고리가 없는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ICT가 따로 움직이는 `한 지붕 두 가족` 모습을 벗어날 수 없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산하 지식재산전략기획단이 미래부로 이관됐다. 과학기술과 ICT,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체제다. 미래부는 지식재산전략기획단 미래부 이관의 목적을 다시 한 번 상기해 과학기술과 ICT 융합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할 때다.
경제과학벤처부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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