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주요 방송사와 일부 금융기관을 마비시킨 사이버테러가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로를 추적했더니 북한 내부 인터넷주소가 나왔고 접속 흔적을 제거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한다. 정부는 북한 정찰총국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7·7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사건과 2011년 3·4 DDoS, 농협 공격사건, 지난해 모 일간지 서버 해킹 등 최근 일어난 주요 사이버테러 6건이 모두 북한 소행이다. 북한 사이버부대 출신 탈북자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4월에도 방송사 공격 계획을 세웠다가 공격 하루 전에 갑자기 취소했다.
3·20 사이버테러가 북한 소행으로 밝혀짐에 따라 고강도 사이버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지난해 말 로켓을 발사했다. 올들어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최근엔 추가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협력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까지 폐쇄하겠다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양상이다.
정부는 북한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북한발 리스크 영향이 일시·제한적이었다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무력 도발은 언제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전쟁은 물리적 전쟁에 앞서 사이버전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자 악성코드 감염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역설이다. 인터넷이 끊어지면 핵 폭탄급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선 북한 사이버테러가 해킹공격에 얼마나 빨리 대응하는지 확인하려는 시도였다고 보기도 한다. 정부는 청와대·국가정보원·안전행정부(경찰청 포함)·미래창조과학부 등 유관부처의 상시 협조체제를 유지함과 동시에 사이버전쟁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사이버테러에 안전지대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