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증권사가 빅 데이터를 도입하겠다고 의뢰를 해 왔다. 이미 많은 조사를 한 상태였다. 우리에게 유력 컨설팅사가 조사한 시장자료를 보여줬다. 내용을 보다가 BI(Business Intelligence)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 중 85%가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 BI를 간단히 말하면 데이터를 컴퓨팅과 통계기법 등으로 분석해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돕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비싼 솔루션을 도입하고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동화가 떠올랐다. 임금님은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옷이라는 말에 속아 백성들 앞에 벌거숭이로 나선다. 이때, 어린 아이가 깔깔 웃으며 외친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 안 보인다면 안 보인다고 말해야 한다. 혹시 우리는 보이지도 않는 걸 보인다고 말하고 있는건 아닐까. 빅 데이터, 보이나요?
주지하다시피, 컴퓨팅 기술과 인터넷 발달로 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선구적인 기업이 방대하게 쌓인 데이터 안에서 통찰력을 얻어내기 시작한 것이 빅 데이터 탄생이었다. 초기에 데이터 분석으로 혁신을 선도한 기업은 아마존·구글 등 대부분 IT기업이었는데, 이제 제조업이나 유통업에서도 심심찮게 데이터 분석으로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소식이 들린다.
MIT Sloan 경영대학원은 2011년 10개 나라 약 3000명의 경영자, 관리자, 분석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조직에 가치를 제공하는 7개 분석기법을 제시한 후 최고의 분석기법 3개와 2년 내에 가장 많은 가치를 창출할 3개 기법을 예측하라는 질문이었다. 2011년 당시 가장 가치 있는 분석기법으로 꼽힌 `과거의 추세 분석 및 예측`은 2년 내 예측에는 5번째로 밀려나 있었다. 2년 내 가장 가치있는 분석기법으로 `데이터 시각화`가 맨 위 자리를 차지했다. 그 뒷자리를 `시뮬레이션과 시나리오 개발`이 차지했다.
설문에 응답한 많은 이들이 앞으로 중요해질 데이터 분석기법으로 더 많은 이들이 데이터를 활용하게 하는 `데이터 시각화`를 꼽은 것이 의미심장하다. 기업 경쟁력이 데이터 문맹률과 직결될 것이라고 예견한 것이다. 데이터 문맹률을 낮추는 것이 시각화이기 때문이다. IT부서의 조직 내 위상 역시 시각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이터 시각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언급한대로 많은 기업이 데이터 시각화가 가능한 BI 툴을 이미 보유하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 툴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업에서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고 데이터 시각화를 실시간으로 하려면 그만큼 IT부서도 업무량이 늘어난다. 현업은 관성에 의해서 IT부서는 요구가 없어서 하던대로 하게 된다.
알테어는 온라임 게임업체와 데이터 시각화를 진행 중이다. IT부서 업무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미리 알렸음에도 흔쾌히 이를 받아들이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 이 기업도 기존에 쓰던 툴이 있었고 데이터 시각화 기능도 회사에서 사용하기에는 무리 없을 정도로 갖추고 있었다. 우리는 현업에서 더 사용하기 좋게 데이터 시각화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IT부서에서 현업과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해서 프로포즈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빅 데이터에 피로를 얘기한다. 의구심이 가득한 눈으로 보고 있다. 누구의 탓을 떠나서 기존에 도입했던 BI 툴의 85%가 사용지 않고 있었다. 성경에는 의심 많은 인물로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도마의 얘기가 유명하다. 예수님이 부활했다고 사람들이 말하자 도마는 믿지 않았다. 내 눈으로 직접 봐야 믿겠다고 고집을 꺾지 않았다. 예수님이 그의 앞에 나타나 손에 난 못자국과 창에 찔린 옆구리를 보여주자 비로소 예수님의 부활을 믿었고, 가장 믿음이 좋은 제자가 됐다는 얘기다.
`의심 많은 도마(Doubting Thomas)`로 회자된다. 예수님이 도마에게 그랬듯, 믿게 하려면 보여주는 것만큼 좋은 해결책이 없다. 의심 많은 이들에게는 보여주는 것만큼 좋은 해결책이 없다. 빅데이터를 하고자 하는 기업은 서둘러 데이터 시각화에 나서야 한다.
알테어코리아 문성수 대표(moon@altai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