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벤처기업과 문화예술

얼마전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손톱 밑 가시`를 빼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벤처생태계 현실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 벤처 창업 리스크는 기업가정신으로, 실패는 관용으로 극복하고, 벤처종사자들은 `스톡옵션`으로 노력의 댓가를 보상받는 유기적인 생태계로 구성된 선진국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집한 손톱 밑 가시 유형은 경제민주화(35건), 인력(28건), 공공구매(26건), 금융(21건) 등으로 알려졌다.

[ET단상]벤처기업과 문화예술

이 현실이 한국에서의 창업이 도박에 가까운 모험으로 인식되어 벤처 창업을 크게 위축시킨다. 나아가 벤처 경영자에게는 `눈물 젖은 빵` 이상의 혹독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게다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벤처기업을 3D 업종으로 전락시켜 창의적인 젊은이들의 도전을 막는다. 분명 손톱 밑 가시를 지속적으로 제거하는 작업이 선결과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벤처경영자와 종사자들의 몸과 마음에 입은 상처를 힐링해 용기와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작업도 시급한 과제다.

얼마전 예술의 전당 내 한 카페에서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가 지친 서민들을 위해 여는 무료 공연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한 시간 동안 자유로운 음악에 매료되어 흠뻑 취한 후, 몸과 마음에 찌든 상처가 힐링돼 솟구치는 자신감과 용기를 느낄 수 있었다.

몇 주 전 한 방송매체에서 국립 발레단 소속 한 남자 무용수가 노숙인 힐링을 위해 발레 재능 기부를 하는 동영상을 본 기억이 난다. 그 동영상을 보고난 후 그가 누구인지 관심을 갖게 됐고 그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단지 12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줄리어드예술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대한민국 최고의 발레 안무가라는 사실보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진정한 몸짓을 보면서 나는 그에게 놀라고 또 놀랐다.

아 이거구나! 지치고 힘든 벤처인들을 문화예술 마당으로 끌어들여 그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고취된다면, 마땅히 중소기업청과 문화예술계가 손잡고 벤처인들을 위한 문화예술 마당을 열어야 되질 않겠는가. 죽기 살기로 기업을 일으키던 벤처 1세대와 자기 관심사와 즐거운 일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젊은 시크족(Special Interest Kids) 세대와는 분명한 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80~90년대 벤처 중흥기 주역의 기업가정신을 최근 벤처 활성화 주체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넌센스에 가까울 수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을 통한 힐링이야 말로 벤처 기업인들에게 험난한 파도를 극복하는 에너지를 만들어 주는 핵심요소다.

얼마 전 사진작가 김홍희 씨가 `예술나무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그는 몽골에서 촬영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해설에서, “예술가들이 오지로 가는 이유는 힐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화가 마티스가 누군가에게 평화를 주는 게 예술이라고 말한 점과, 그의 무희 그림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를 얻는다“라는 대목에서 예술이 `베스트 힐링`임을 확신하는 것 같다. 혼돈속에서 기회를 찾는 벤처기업가들과 고도의 생산성을 요구하는 벤처개발자들을 위한 베스트 힐링, 그리고 꿈과 열정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문화예술이 반드시 벤처생태계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를 통한 청년실업해소와 공정분배 실현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므로, 문화예술계는 발빠르게 벤처생태계에 힐링산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문화예술 인프라야 말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할 때다.

강필규 솔루션튜브 사장 bluesky420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