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장치로 인간의 행동·감정 마음대로 조절?

국내 연구진이 세포크기 광 전자장치(소자)를 제조해 동물 행동과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알츠하이머·간질 등 뇌와 신경 관련 난치병을 치료하는 획기적 방법을 제시했다.

마이크로 사이즈의 광전자소자 실제 사진. 가늘고 얇은 핀 모양의 구조로 만들어 원하는 뇌에 삽입이 가능하다(일리노이대학 신건철박사 · 리안 두들교 이미지 제공).
마이크로 사이즈의 광전자소자 실제 사진. 가늘고 얇은 핀 모양의 구조로 만들어 원하는 뇌에 삽입이 가능하다(일리노이대학 신건철박사 · 리안 두들교 이미지 제공).

김태일 성균관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특수 제작한 마이크로 광소자로 특정신경을 조절했다”며 “뇌에서 직접 신호를 전달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대로 동물을 움직일 수 있다”고 11일 밝혔다.

동물 뇌는 셀 수 없는 신경이 모여 있다. 신경을 통해 연결된 체내 모든 근육과 기관을 조절한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소자로 신경을 조정해 근육과 기관을 움직이는 연구 성과를 냈다.

예를 들어 도파민은 쾌락과 행복감 등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연구팀은 마이크로 광소자를 이용해 원하는 시점과 부위에서 도파민이 분비되게 했다. 이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쥐 뇌 부위 중 도파민을 담당하는 곳에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백질(channelrhodopsin-2)을 처리했다. 마이크로 광소자뿐 아니라 온도센서, 전기생리학(EP) 센서, 광센서를 함께 주입해 도파민을 광소자로 인위적으로 조절했다. 동시에 뇌파·온도 변화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무선으로 광소자를 제어해 동물을 특정 장소에 머물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태일 교수는 “그동안 연구가 어려웠던 뇌와 신경의 난치병인 간질·퍼킨슨병 치료에 전자소자가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새로운 고부가가치 의료기기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인체 내 신호를 인공적으로 제어해 로봇과 같은 첨단 분야에서도 폭넓게 사용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 교수 주도로 수행된 연구는 존 로저스 일리노이대 교수, 마이클 브루카스 워싱턴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마이크로 광학소자를 이용한 광유전학(Optogenetics)` 연구논문은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 11일자에 게재됐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