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 받는다

KT가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다. KT, 올레 등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내부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조치다.

14일 업계와 KT에 따르면 KT가 계열사 브랜드 사용료 징수를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KT는 계열사에 브랜드 사용료 징수 방침을 전달한 바 있다.

브랜드 사용료는 상표권을 가진 지주사가 계열사 등 기업에 이를 빌려주고 비용을 받는 것이다. KT는 `KT`와 `올레(olleh)`의 브랜드 사용료를 받을 예정이다. KT 한 관계자는 “브랜드 사용료 징수 방안은 사실상 확정된 셈”이라며 “매출에 비례해 비용을 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KT 계열사는 50여개에 달한다. 이 중 회사명, 상품명에 KT, 올레 브랜드를 사용하는 회사는 절반 이상이다. BC카드, KT스카이라이프, KT렌탈 등 매출 상위 3개 계열사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약 4조4000억원이다. 업계 전문가는 “KT 브랜드 사용료 징수로 발생하는 수익은 적어도 연간 100억원 이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LG, SK, CJ, GS 등 주요 대기업은 지주회사가 브랜드 상표권을 소유하고 자회사와 계열사에 그룹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있다. 보통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매출의 0.1~0.3%를 걷는다. 지주회사가 없는 대기업 중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기업은 포스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는 지난해 계열사 브랜드 사용료로 2711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SK 역시 브랜드 사용료로 작년 한해 2105억원 수익을 기록했다. 모기업이 계열사에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것은 그룹 무형자산인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한 방안이다. 수입 일부분을 법적보호, 광고, 홍보 등 브랜드 가치 육성에 투자한다.

거래질서 확립도 KT가 브랜드 사용료를 도입하는 이유다. 모기업 브랜드를 내세운 계열사가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은 채 KT 브랜드로 해외에 진출할 때 현지에서 부당지원 등 시비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KT 역시 글로벌화를 내세우는 만큼 내부거래질서를 정비할 필요가 높다.

브랜드 사용료는 돈이 오가는 만큼 분쟁이 생길 소지도 있다.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브랜드 사용료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금호산업이 금호석유화학에 갚아야 할 빚을 사전협의 없이 브랜드 사용료로 상계처리했기 때문이다.

KT는 “현재 계열사 브랜드 사용료 징수를 검토 중”이라며 “타 기업 사례를 면밀하게 참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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