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밴:VAN)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다. 신용카드사는 오는 22일 KB국민카드를 시작으로 밴사를 거치지 않고 가맹점 신용판매 내역을 직접 매입한다. 밴사는 오는 16일 항의 집회와 아울러 모든 결제 대행 업무 거부 등 단체 행동도 불사할 태세다.
양쪽 모두 나름 명분이 있다. 신용카드사는 밴사 수수료로 인한 경영 부담을 덜고 결국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는 효과를 주장한다. 또 밴사를 완전 배제하는 게 아니라 복잡한 결제 유통 구조 합리화로 봐달라는 입장이다. 밴사는 대기업 횡포로 몰아붙였다. 카드사들이 자체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중소 업체만 압박한다며 가맹점에 깔아놓은 결제 단말기와 인프라도 쓸모없게 됐다고 주장한다.
가맹점-밴사-카드사로 이어진 결제 구조가 사실 복잡하다. 더욱이 1만원 이하 소액 결제가 급증한다. 액수와 상관없이 결제 때마다 일괄 떼는 밴사 수수료도 문제다. 이를 합리화하겠다는 신용카드사의 시도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다. 진짜 문제는 일방적인 추진이다. 신용카드사들은 밴사의 생존과 관련된 사안임에도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밴사의 반발엔 이러한 정서적 반감도 상당히 작용했다.
해법 찾기는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신용카드사는 멀쩡한 사업을 갑자기 접을 지경에 몰린 밴사에 변신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수십 년간 마치 `수족`처럼 밴사를 부렸던 것을 싹 잊어선 곤란하다. 밴사 역시 오랜 결제 구조를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시대 변화를 읽어야한다. 스스로의 역할을 잘 찾지 못한다면 퇴출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쉽지 않겠지만 합의점을 분명 찾을 수 있다. 수수료 구조를 바꿀 수도, 밴사가 가맹점에 제공해온 리베이트 관행을 이참에 없앨 수도 있다. 아무리 방법이 많아도 서로 잠깐 한발씩 뒤로 물러서지 않고선 해법을 찾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