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시장 조사업체는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이 전환투자 때문에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은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 50%를 넘어서는 세계 최강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양적 팽창은 이제 끝났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비정질실리콘(a-Si)에 기반한 디스플레이 시설 투자는 이제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비정질실리콘은 LCD 셀을 작동하는 박막트랜지스터(TFT)를 만드는 소재다. 기존 시설의 생산능력은 줄이더라도 첨단 기술로 전환투자까지 진행하면서 마이너스 성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투자 정도가 진행 중이거나 예고된 상태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10세대 투자에 대한 논의가 나올 만도 했지만 10세대 라인을 갖고 있는 샤프와 삼성의 제휴로 그 기대도 물 건너갔다.
양적 성장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질적 성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최소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그렇다. 지난 10여년 과감한 선제투자로 시장을 선점해 온 디스플레이 역사가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온통 관심은 OLED TV다. 질적 성장 시대에는 남들이 못할 혁신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OLED TV 시장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초조하다. 긴 호흡이 필요한 질적 성장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변화에 익숙하지도 못하다. 국내 장비 업체들은 신규 투자가 없는 한국보다는 중국을 겨냥해야 하지만 일찌감치 중국 대응을 시작한 해외 기업들에 밀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여느 때보다 예민한 패널 업체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없을까 노심초사해야 한다.
시끄러운 일도 잦다. 삼성과 LG 간의 싸움은 국면 전환과 내부 단속용이라는 질책이 나온다. 조급함의 산물이다. 시간이 걸리는 일을 서둘러 해결하려다 뜻대로 되지 않으니, 자꾸 남 탓만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남 탓이라고 해야 면피가 가능하니 말이다.
우리가 다시 한번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가 바뀌고 그에 맞춰 시스템도 바꾸고 있지만, 내면까지 바꾸지는 못한 것 같다.
질적 성장 시대는 더불어 성장이 핵심이 아닐까. 협력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선의의 경쟁이 있어야 새로운 시장도 열린다. 새로운 시장을 열어야 공들인 기술혁신도 열매를 맺을 것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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