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김성일 현대미디어 대표

“대학교 4학년 때 교수님이 미국과 글로벌 기업 톱10을 조사해오라고 하시더군요. 당시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 산업보다 10~20년 가까이 뒤진 상태였습니다. 교수님은 `업태는 자주 바뀌어도 업종의 수명은 길다`며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뜨는 업종을 선택하라고 조언하셨습니다. 그래서 현대백화점에 입사하게 됐죠.”

[이사람]김성일 현대미디어 대표

지난주 `PP 방송콘텐츠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성일 현대미디어 대표는 1993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현대백화점에 공채로 입사했다. 백화점과 현대HCN을 두루 거쳐 2009년 현대미디어 대표로 취임했다. `유통업`을 선택했지만 `미디어`로 온 계기는 따로 있었다.

그는 “IR 업무를 맡고 있을 때 애널리스트가 `앞으로 테크놀로지, 미디어, 통신(TMT)이 없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며 “당시 현대백화점에는 TMT가 없었지만, 홈쇼핑을 만들고 방송채널사업자(PP)를 인수하면서 미디어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 산업의 흐름과 구조도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산업은 인프라·단말기·운용·콘텐츠 순서로 움직인다”며 “방송도 지금까지 인프라와 기기, 운용이 중요했지만 이제 콘텐츠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미디어 슬로건 `콘텐츠를 만지고 느껴라(Touch and Feel the contents)를 직접 만들었다. 김 대표는 “TV의 양방향성은 리모컨 문제 등으로 어렵지만, 모바일 시대는 쉽게 가능하다”며 “아직까지 모바일 시장이 작고 불확실성이 많지만 개인미디어기 때문에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미디어는 현대HCN의 `에브리온TV`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은 점점 치열해져간다. 그는 “케이블TV 경쟁자는 궁극적으로 놀이동산”이라며 “치열해지는 경쟁구도의 디지털 시대는 동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이 없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즉 복사하고 링크로 전달하는 게 쉬워지기 때문에 제휴와 협력이 더 중요한 시대란 뜻이다.

김 대표는 “물류와 홈쇼핑이 연계하고, 항공과 선박이 손을 잡은 것처럼 방송도 이종 간 제휴로 시장 파이를 더욱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미디어는 현대백화점 계열 방송채널사업자(PP)다. 현재 칭(CHING), 트렌디(TrendE), 오엔티(ONT) 채널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대기업 PP, 개별 PP 모두 뭉쳐 콘텐츠 진흥을 위해 `PP 방송콘텐츠위원회`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창의력 있는 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자는 뜻에서 위원회를 발족하게 됐다”며 “불법 유통을 줄이고 잘 관리해 저작권을 보호하고, PP들이 공동 제작하는 등 서로 동반성장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