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총리, 부총리 그리고 영상회의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 금요일 출입 기자와 오찬을 함께 했다. 책임총리 등 여러 현안이 거론됐다. 기자 관심을 붙든 건 영상회의였다. 정 총리는 “(국무총리실이) 앞으로 영상회의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정 총리보다 이틀 앞선 지난 수요일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슷한 말을 했다. 출입기자와 만찬 자리에서 였다.

심지어 현 부총리는 “기자와 영상토론을 하겠다”며 한발 더 나아갔다. 최근 며칠 사이 행정부 넘버2와 넘버3가 잇달아 영상회의를 언급한 것이다. 이들은 집무실이 있는 세종시보다 서울에서 거주하는 일이 더 잦다. 중요한 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통령 업무 보고와 국무회의, 차관회의, 경제관계 장관회의, 대외경제장관회의, 청와대 정례보고 등이 모두 서울에서 열린다. 수장이 주로 서울에 있다 보니 실국장과 과장도 수시로 서울을 가야한다. 기재부 한 국장은 “국장급 이상 간부는 월~금 5일 중 3일은 서울에서 업무를 본다”고 털어놨다.

기재부 한 달 출장비가 3억원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몇 개 부처가 더 내려오는 연말이면 공무로 서울을 오가는 출장비가 연간 13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총리와 부총리가 영상회의를 강조한 이유다. 세종 청사에는 범부처가 사용하는 영상회의용 84인치 모니터 3개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사용 실적은 미미하다. 최근 3개월간 열두 번에 불과했다. 이런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기재부는 지난 3일 처음으로 서울~세종간 영상회의를 열었다. 서울에 있는 현 부총리에게 세종시 과장 3명이 업무보고를 했다. 사용 후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신호중 기재부 정보화담당관은 “부총리와 과장들 모두 만족했으며 다른 부서 과장과 실국장도 큰 관심을 보이며 사용법을 문의해왔다”고 전했다.

영상회의 장점은 명확하다. 출장비 등 경비절감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즉각적인 의사 결정도 장점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민간에서는 점차 사용이 늘고 있다. 물론 영상회의가 만능은 아니다. 소통을 제대로 했는지 찜찜하다고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가 얼굴을 보고하는 회의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상회의는 세계적 추세다. 또 편익 비용을 생각하면 서둘러 정착시키는 것이 좋다.

정부안에서 영상회의를 활성화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부처 업무 보고를 영상회의로 하면 된다. 부처 업무보고는 부처 내 연중 최대 행사다. 이만한 레퍼런스가 없다. 영상회의 시스템은 이미 최대 200명까지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와 있다. 일부 부처가 아직 업무보고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여러 사정상 올해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꼭 시행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영상시스템이 국산이라면 더 좋을 듯하다.

방은주 전국취재(세종시) 부장 ejbang@etnews.com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