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15일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강력한 대기업 규제강화정책에 우려감을 표시함에 따라 여야 간 경제민주화 법안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경제 민주화 관련 상임위 차원이기는 하지만 공약 내용이 아닌 것도 포함됐다”며 “여야 간에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성실한 투자에 대해서는 적극 밀어주고 뒷받침하고 격려하는 것이지,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나 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며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큰 스케일에서 미래성장동력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규제에 정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경제민주화 조항이 오히려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가 심사 중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 지원 행위와 관련한 입증 책임을 규제 당국에서 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부당 내부거래시 처벌 규정도 기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된다. 또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계열사에서 부당 내부거래가 적발되면 명확한 증거가 없어도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30%룰`이 도입된다. 이 개정안은 17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될 예정인데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어 원안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과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재산 이득액 가액범위 300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해 횡령·배임액이 이를 넘어설 경우 무기 또는 최소 10~1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정경제사범은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키로 했다. 오제세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사면법 개정안은 특경가법 위반으로 인해 수감 중 형기가 3분의 2를 채우지 못했거나 집행유예 중인 범죄자에 한해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재계는 국회 경제민주화 법안 추진에 강하게 반발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총수를 직접 겨냥한 사면권 제한 같은 법안 추진은 모든 기업인을 집단범죄시하는 측면이 있어 반기업정서 확산은 물론이고 기업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기업 일감 몰아주기 제재도 무조건식의 제재보다는 일단은 해소를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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