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의 요즘 고민은 환율이다. 정확히 말하면 엔화 평가절하(엔저)다. 일본 정부의 인위적인 엔저 정책으로 해외에서 일본제품과 경합할 일이 많은 우리기업들이 힘들어 한다. 한국무역협회 조사 결과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1∼2월 세계시장에서 일본기업과 경쟁하는 49개 수출품 중 24개 품목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증가율이 크게 둔화한 품목도 10개다. 주로 석유제품·자동차·기계류 등 일본과 겹친 품목들이다. 아베 신조 정권의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핵심 수단인 엔저 정책이 우리기업 수출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다행히 휴대폰과 액정표시장치 등 전기전자 제품은 엔저에도 불구, 여전히 성장세를 보인다. 이미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해 일본기업을 멀찌감치 떨어뜨려 엔저효과가 잘 먹히지 않은 덕분이다. 문제는 이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을지라도 높은 성장세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
각국은 일본 정부 엔저 정책에 제동을 건다. 미 재무부는 지난주 일본 정부의 인위적인 환율 정책을 경고했다. 이 때문에 100엔을 넘보던 엔·달러 환율도 하락으로 반전했다. 하지만 일시적인 조정일 뿐 엔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에 골몰하는 각국이 일본 정부를 압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다. 엔저가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각국과 공조해 일본 정부의 환율 개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최소한 외국의 눈치를 볼 정도로 압박해야 한다. 수출기업들도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경영계획을 짜야 한다. 전기전자업체라면 지속적인 원가 혁신은 물론이고 필요하면 가격 공세까지 동원할 정도의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참에 격차를 더 확실히 내 아예 환율 변수를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