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내놨다. 기금까지 합치면 19조3000억 원이다. 2009년 추경 28조4000억원 다음으로 가장 많은 규모다. 세입 감액 12조원은 역대 최대다. 세출 증액 규모는 2009년, 1998년 추경 다음으로 많다.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를 무릅쓰고 이처럼 추경 예산을 대폭 늘린 것은 그만큼 경기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해 예산 편성 당시 4.0%, 12월 3.0%, 지난달엔 2.3%로 잇따라 낮췄다. 현오석 부총리 말마따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민 생활고가 커지고 경제 활력은 떨어졌다. 이 점에서 적절한 추경 예산 편성이다.
정부는 특히 중소·수출기업 지원에 1조3000억원을 추가로 집행한다. 청년창업 자금에도 1600억원을 책정하고, 중소기업 모태펀드 출자액도 800억원으로 늘렸다. 경제 활력 회복에 있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중소벤처기업의 지속 성장과 청년 창업이 지렛대라는 점에서 방향을 잘 잡았다.
최종 추경 예산 규모는 유동적이다.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조기에 경제 활력을 되찾도록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다.
경제는 심리다. 경기 침체에 가장 무서운 것 역시 심리다. 앞으로 나빠질 게 뻔하니 투자를 줄이고 안전하게 가자는 심리가 작용한다. 이는 경기 침체를 더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추경 예산 집행이 기업 투자 심리를 회복시키기만 해도 절반은 성공이다.
특히 그나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투자 심리 회복이 중요하다. 대통령까지 나설 정도로 정부가 투자를 독려해도 대기업들은 아직 꿈쩍도 하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이참에 공격적인 투자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자`고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추경 예산은 현 시점에서 대기업 투자 심리를 부추길 유효한 수단이다. 이를 잘 설득할 때 야권도 추경 예산 심의에 긍정적으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