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4 딜레마…보조금 있어도, 없어도 '문제'

이달 말 국내에 출시되는 갤럭시S4가 힘들게 냉정을 되찾은 이동통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통사들과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갤럭시S4의 출시와 보조금 시장 과열 사이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7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통 시장은 지난달 13일 이통사들의 순차 영업정지가 끝난 이후 비교적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시장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불법 보조금이 `암호 보조금`이나 `댓글 보조금` 형태로 등장하긴 했지만 이같은 행태가 시장 전반에 퍼지지는 않고 있다.

보조금 경쟁이 진정된 데에는 그동안 보조금 경쟁을 펼치던 이통사들이 새 요금제와 저가 단말기를 선보이며 품질 경쟁에 눈을 돌린 덕이 크다.

SK텔레콤이 망내(자사 가입자간) 음성통화 무제한과 망내외를 막론한 문자메시지 무제한을 특징으로 하는 새 요금제를 선보이자 뒤이어 KT가 비슷한 요금제를 내놨고 LG유플러스는 한걸음 더 나가 망내 뿐 아니라 망외 음성통화까지 무제한 제공하는 파격적인 요금제를 출시했다.

보조금 시장이 얼어붙은 사이 저가의 단말기가 잇따라 시장에 나왔다.

SK텔레콤은 저렴한 가격의 베가S5 스페셜(51만9천원), 옵티머스LTE3(59만9천원), 갤럭시팝(71만원)을, LG유플러스는 카시오의 지즈원(43만원)을 각각 단독 출시했다. 이통3사를 통해 판매되는 갤럭시그랜드는 65만원까지 출고가가 내려갔다.

이통업계는 갤럭시S4의 출시가 이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활력이 보조금 출혈경쟁으로까지 번지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갤럭시S4가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해 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은 바라지만 자칫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면 그동안 힘들게 만들어온 품질 경쟁 풍토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면 제품의 판매량과 번호이동자 수는 증가하지만 정작 천문학적인 금액의 보조금을 시장에 쏟는 이통사는 수익 악화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

작년 여름 보조금 대란이 일어나며 당시 신제품인 갤럭시S3가 불티나게 판매됐지만 이통사들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악화됐다.

반대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시장에 이통사들의 보조금이 풀리는 것이 갤럭시S4의 판매 실적에 도움이 된다.

지급되는 보조금만큼 가격이 저렴해져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갤럭시S4가 최고 사양의 하드웨어와 새로운 소프트웨어라는 두 가지 무기를 함께 갖추며 소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지만 90만원대로 예상되는 출고가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소비자들은 이미 보조금 대란 중에 `17만원 갤럭시S3`나 `11만원 아이폰5`를 경험한 터여서 고가의 단말기를 제값내고 구입하는 것에 거부감이 크다.

작년 연말 출시 당시 비교적 호평을 받았던 아이폰5의 경우 보조금 시장이 잠잠한 상황에서 출시돼 국내 시장에서 참패한 바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은 적당한 수준으로 시장이 과열되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과열되면 과잉 보조금이 쏟아져나와 마이너스 게임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갤럭시S3 출시 때 이통사들 사이에서 보조금 전쟁이 일어나 결국 제조사만 재미를 봤다"며 "한 이통사만 보조금을 시장에 풀어도 경쟁이 쉽게 과열될 수 있어 갤럭시S3 때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