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법 개혁안의 윤곽이 드러나자 실리콘밸리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미국 IT기업은 높은 미국 비자 취득 문턱이 유능한 외국 인력 고용을 방해한다며 이민법 개혁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17일 로이터와 워싱턴포스트는 `IT 기업의 승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인텔·구글·페이스북 등 IT기업이 이민법 개정의 진전을 일제히 반긴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 상원은 고학력 외국인의 비자 취득 문턱을 낮추고 기존 불법 체류자도 미국 시민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새 이민법 합의안을 공개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은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이민법 개혁안을 브리핑했다. 두 의원이 소속된 8명의 의원그룹이 이민법 개혁안을 마련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법안에 지지를 표하고 의회에 빠른 처리를 당부해 조기 입법이 예상된다.
법안에 따르면 2011년 12월 31일 이전에 입국한 불법 체류자는 일정 벌금을 내고 특정 기준을 충족하면 평균 13년 이후 시민권을 얻는다. 고학력 전문직 외국인에게 주는 H-1B 비자 쿼터도 대거 늘린다. 학사학위 취득자의 전문직 취업비자 제한은 6만5000명에서 올해 11만명으로 확대했다. 몇 년 안에 18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석사학위 취득자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도 2만명에서 2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이 법안은 H-1B 비자를 받은 사람에게 더 많은 월급을 주거나 미국인 노동자를 우선 채용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았다. 추가 불법 입국을 막도록 국경 경계는 대폭 강화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3년간 IT기업 근무자의 절반이 넘는 외국 인력이 비자 발급을 거절당해왔다. 최근 이민법 개혁을 위해 의회를 압박하던 IT업계는 지지의 뜻을 드러냈다. 피터 뮬러 인텔 정책 총괄 임원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진행을 봐야겠지만 큰 틀에서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은 약 30년 만에 가장 광범위한 이민 개혁이 이뤄지는 셈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