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중국어, 한국어, 아랍어 등 다국어 인터넷 최상위 도메인이 허용된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인터넷 주소를 관리하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올해 하반기 중으로 중국어, 아랍어, 한국어, 러시아어, 일본어로 된 최상위 도메인 사용을 허가한다고 보도했다.
최상위 도메인이란 인터넷 주소의 마지막 부분을 뜻한다. `.com`이나 `.kr`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ICANN은 영어 도메인만을 승인했지만 비(非) 로마자 언어를 허용해 인터넷을 보편화하고 특정 국가의 인터넷 권력이 강화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조치는 특히 중국에서 반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자 도메인은 지금도 일부 사용하지만 다국어 도메인이 허용되면 100% 중국어나 한국어로 된 인터넷 주소가 탄생한다. 포털, 게임 등 중국에서 성장하고 있는 수백여 개의 IT 기업은 대부분 중국어와 영어 주소를 병기할 전망이다.
페디 체하데 ICANN 의장은 “100% 중국어 도메인 주소가 개통되기 앞서 기업과 기관 사이에서는 중국어 최상위 도메인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가 중국어 도메인 주소를 승인하는 즉시 신청 폭주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국어 도메인 허용은 미국이 설립한 ICANN이 미국의 인터넷 통제권만 대변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불거지자 이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그동안 ICANN과 미국은 중국, 러시아 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인터넷 주소 통제권에 대한 견제를 받았다.
이들은 자국 영토 내 인터넷 주소를 독립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해 12월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회의에서는 해당 관리를 ICANN 대신 ITU가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ICANN은 다국어 도메인을 풀어주는 한편, URL 상표권 보호 등과 관련해 중국 정부와 공조하는 협력 센터를 베이징에 설립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기업과 기관은 신청료의 일부인 18만5000달러를 지불하면 새로운 최상위 도메인을 받을 수 있다. 현재 ICANN의 사이트에는 다양한 기업이 한자 도메인을 신청됐다. 이 가운데에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운영하는 텐센트도 포함됐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