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기아차, 협력사 없이 미래 없다

기술융합이 가속화하면서 자동차융합 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가 세계를 주도하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차 양산 기술이 합쳐지면 파괴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대·기아차는 어느덧 독일과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부품 협력사 관계는 과거의 하도급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방적인 단가 협상은 여전하며 그 압박의 강도도 세지는 상황이다. 오죽했으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7일 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가족`을 강조했을까. 윤 장관은 완성차와 부품 협력업체가 한 식구처럼 돼야 제값 주고받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ICT기업과의 협력도 미미하다. 우리나라엔 삼성전자, LG전자, SKT, KT 등 첨단 제조 및 서비스 기술을 보유한 기술 기업들이 많다. 외국 자동차 기업들도 손을 잡으려 하는 ICT기업들이다. 현대·기아차가 이들과 미래 기술 개발에 손을 잡았다는 얘기를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차세대 스마트카의 등장이 머지않았다. 이대로 가면 외국 자동차 기업의 독주를 마냥 지켜보는 신세가 될지 모른다.

산업연구원이 17일 내놓은 보고서가 이러한 우려를 담았다. 지금처럼 완성차 중심의 수직계열화 체제로는 다가올 스마트카 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현대·기아차가 리더십을 발휘해 ICT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자생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부품 협력업체들을 지원할 것을 권했다. 폭넓게 조력자를 확보한 생태계를 능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협력은 현대·기아차에게도 이익이다. 아무리 이익을 많이 내도 투자 부담도 혼자 감당할 수 없다. 수많은 기술 혁신을 홀로 이룰 수 없다. 현대·기아차로선 당장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이기는 게 관심이다. 하지만 미래 기술을 개발할 협력 체계를 지금 만들지 않는다면 더 큰 시련이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