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글로벌 6개 소자·장비 기업, 미래 반도체 R&D에 250억원 투자

미래 한국 반도체 소자 산업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민관 공동 연구개발(R&D)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미국 반도체 업계의 기술 원천이 된 `반도체연구조합(SRC: Semiconductor Research Corporation)` 모델이 국내에 처음 시도되는 사례다. 단기 성과에 치중했던 종전 국책 과제와 달리 기업·정부가 자금을 투자하고 대학·연구소가 R&D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오전 서울 양재동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ASML코리아·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코리아·도쿄일렉트론(TEL)코리아·램리서치코리아 6개 기업과 `미래 반도체 소자개발 투자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여기에는 정부와 기업이 향후 5년간 최소 25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매년 산업부 25억원, 삼성전자 12억5000억원, SK하이닉스 8억5000억원, 이외 장비 기업은 각각 1억원씩 투자한다. 사업 규모는 산업부와 기업 간 협의에 따라 확대될 수 있다.

이번 사업은 대기업과 정부가 자금을 조성해 학계·연구기관이 R&D를 주도하고, 미래 국내 반도체 산업의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반도체 기술 선진국인 미국의 SRC 모델을 본떠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운영 방식은 향후 별도 작성되는 협약서에 명시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을 통해 행정 업무를 지원한다. 투자 자금은 별도 총괄 주관기관이 관리한다.

주요 과제는 3~5족 채널 소자 기술, 터널펫(FET) 소자 구조, 신호 전달을 전자(電子)가 아닌 광자(光子)로 바꾸는 신호처리 기술 등으로 예상된다. 3~5족 채널 소자는 4족 원소인 실리콘 소재를 3~5족 소재로 바꿔 전자 이동도를 높이고 처리 속도도 향상시킨다는 내용이다. 터널펫은 모스펫(MOSFET)의 평평한 트랜지스터 구조를 터널 모양으로 형성하는 기술이다. 현재 상용화 단계에 이른 핀펫(FinFET, 물고기 꼬리모양)처럼 사용 전압을 낮춰 전력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

김재홍 산업부 차관은 “세계 반도체 산업은 몇 차례 치열한 치킨게임을 거쳐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반도체 최강국으로 재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