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삼성 LCD TV가 북미시장 1위를 달성하는 데 숨은 공신이 있었다. 두 개 이상 수지를 연속 사출하는 이중사출 기술을 적용해 아름다운 곡선의 삼성전자 LCD TV `크리스탈 로즈`의 외장을 제작한 제일정공 이야기다. 당시 크리스탈 로즈는 디자인 독창성과 심미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사양 산업으로 분류돼 설 자리를 못 찾던 사출 산업이 재조명 받은 대표적인 사례다.
TV 등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스마트패드(태블릿PC)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사출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는 단말뿐만 아니라 케이스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삼성 TV도 그랬지만 스마트폰 케이스는 단순히 사출성형기에서 뽑아낸 제품이 아니다. 환경과 기능향상을 위한 재질을 연구했고 세련되고 날렵한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얇고 가벼운 데다 고급스럽기까지 하니 과거와 달리 비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 혁신 노력 여부에 따라 사양 산업으로 치부된 사출 산업도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지난해 인탑스·신양엔지니어링·모베이스·우전앤한단·KH바텍 등 주요 사출 5사의 매출 총액이 2010년보다 47.5% 성장했다고 한다.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한지 2년 만에 올린 개가다. 5사의 올해 매출 총액은 지난해보다 41%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스마트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사출기업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대기업과의 긴밀한 협업과 사출 기업의 자체 개발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사출 품질과 직결되는 사출금형 기술의 고도화도 과제다. 아직 국내는 복합 사출성형 전용 금형과 이종부품 조립용 금형 기술이 취약하다.
정부는 최근 금형·주조·열처리 등 6대 뿌리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착수했다. 뿌리기술은 첨단화와 융·복합화로 미래 신성장동력 제품의 가치를 제고하는 프리미엄 기술로 부상했다. 산업경쟁력은 정부 지원만으로는 올라가지 않는다. 기업의 혁신노력이 결합했을 때 비로소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