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총 연구개발비는 50조원에 육박해 세계 6위권(2011년)이다. GDP 대비 비중으로 따지면 4.03%로 세계 2위권이다. 하지만 같은 해 기술무역수지(원천기술에 대해 받는 로열티 대비 지불하는 로열티 비율)는 0.48로 23위에 머물렀다. 기술 개발에 돈을 쏟아붓지만 벌어들이는 돈은 심각한 적자라는 이야기다.
김흥남 ETRI 원장은 창조경제의 정보통신기술(ICT) R&D 비전을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22일 한국통신학회 주최, 전자신문 후원으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58회 정보통신의 날 기념토론회에서 기조발표자로 나서 “기술경쟁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을 육성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히든 챔피언은 각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중소·중견기업을 말한다. 매출액 40억달러 이하 기업이 세계 시장 점유율이 3위 이상이거나 소속 대륙에서 1위인 경우가 히든 챔피언에 속한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1400여개 중견기업 가운데 히든 챔피언은 26개에 불과하다”며 “ICT 융합 기술개발과 이전을 통해 5년 내 200개,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10년 내 400개, 20년 내에는 히든 챔피언 기업 보유 세계 1위인 독일과 겨룰 수 있는 1000개 수준의 히든 챔피언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창의적 연구소기업` 육성을 하나의 방법으로 꼽았다. 그는 “청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하이테크형 연구소기업으로 `강소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학-기업-정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삼중 나선 시스템(System) △CPND 전반을 아우르는 대형 프로젝트를 통한 시너지(Synergy) △창의성과 생산성의 조화(Syncronization) △ICT 융합을 위한 현장 중심의 열린 마음(Spirit) 등 `4S`를 ICT R&D 전략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남민우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벤처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 회장은 “벤처기업 중 1000억원을 넘어선 기업 매출만 합해도 78조원으로 재계 그룹 6위에 해당한다”며 “히든챔피언의 65%가 벤처기업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또 “올해만 약 6만30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는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보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벤처기업이 자라나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남 회장은 △기업가에 대한 인식 제고 △창조결과물 존중 △상생문화 구축 △재기시스템 구축 △투자 활성화 △혁신제품 시장 창출 △회수 시장 활성화 등의 `사회적 인프라` 강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뒤어어 발표한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은 CPND 각 분야별 현재의 문제점과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콘텐츠 분야는 산업 영역 확대 △플랫폼 분야는 모니터링 방법론 개발 △네트워크는 망 중립성 및 트래픽 관리 관행 확립 △기기는 차세대 기기 핵심 기술 확보 및 표준화를 제 1 정책과제로 꼽았다.
발표 이후에는 이재용 한국통신학회장과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장, 변재완 SK텔레콤 미래기술원장 등이 함께한 토론이 이어졌다. 정보통신대상은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에게 수여됐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