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운전자는 계기판이나 내비게이션을 보기 위해 1~3초가량 시선을 돌린다. 시속 100㎞로 주행하는 자동차의 경우 2초만 시선을 돌려도 55m를 무방비로 주행한다. 모든 차량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돌발 상황에 노출되는 셈이다.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을 비롯해 차량에 장착하는 장비가 늘어날수록 이런 위험도는 더 커진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HUD는 자동차나 비행기 앞면 유리에 각조 정보를 표시해주는 전방표시 장치다. 운전자 시선을 전방에 고정시켜 사고 발생률을 낮춰준다.
HUD는 1960년대 전투기나 민간 항공기에 가장 먼저 쓰였다. 1980년 미국 GM이 자동차에 HUD 장치를 적용했지만 낮에는 잘 보이지 않는 기술적 단점이 있었다. 1990년대 후반 박막 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가 상용화되면서 HUD 관련 기술이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다양하고 복잡한 이미지를 선명한 색상으로 유리창에 투명하는 게 가능해졌다.
HUD 장비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프로젝터용 레이저 구동 칩, 화면 확대용 디스플레이로 구성된다. 운전석 계기판 뒤쪽에 설치된다. 속도나 연료 상태를 비롯한 계기판 기능과 내비게이션이 제공하는 정보를 표시할 수 있다. 2003년 독일 BMW에 이어 아우디, 도요타가 HUD 적용 자동차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기아자동차가 K9에 처음으로 HUD를 도입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HUD용 제품 시장은 올해 100만대, 2020년 700만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인텔과 텍사스인스트루먼츠 같은 반도체 기업이 앞다퉈 관련 제품을 선보인다. 기존 LCD 방식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돼 사업자 간 경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