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폐기업계, 까다로운 시험조건에 `울상`

개폐기에 들어가는 절연물질이 육불화황(SF6)에서 에폭시, 실리콘 등 고체물질로 교체되면서 달라진 시험방법으로 인해 관련업계가 울상이다. 필요 이상으로 까다로운 조건 탓에 수익은 커녕 손해만 가중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3일 개폐기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새로운 절연물질의 장기 신뢰성을 평가하기 위해 `복합가속열화시험`을 2011년부터 도입해 시행 중이다. 폴리머 피뢰기 및 현수애자, 폴리머 절연부하개폐기, 에폭시절연 고장구간 차단기 등 총 7개 기자재가 대상이다.

이 시험은 관련 기자재를 장기간 운전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는 게 목적이다. 문제는 불합격하면 이미 통과한 규격인정시험도 무효처리 된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는 규격인정시험도 다시 거쳐야 한다. 시험시간만 3000시간에 비용도 만만치 않다.

구매도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합격하면 시험비는 물론이고 인건비, 개발기간, 시험시료 제작비 등 손실이 엄청나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연구개발비용 지원도 한전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4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였다. 시험비용에 연구개발비 등을 더하면 업체당 수억원에 달한다. 정작 시험에 통과해도 개폐기 업체만 20여개로 경쟁이 심해 투자비 환수가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폭시, 실리콘 등 새로운 물질로 만든 부품이 들어가는 것뿐인데 모든 업체가 해당 시험을 반복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열화시험과 인정시험 분리, 규격 부품으로 호환이 가능한 경우 부품업체 개발시험성적서로 대체 등의 요구안을 마련해 한전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24일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