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랜 경기 둔화로 청년 취업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부문 취업자가 증가하는 등 고용 질도 취약해졌다.
저성장 고착화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로 미래 한국경제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출범한 박근혜 정부도 이런 필요성을 절감하고 창조경제를 강조하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 동력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 방침에 따라 창조경제의 맥을 짚기 위한 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해진다. 기업은 지속적 연구개발(R&D) 투자확대로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정부도 미래 성장 동력 창출에 큰 기대를 건다. 그동안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기존 정책들이 기업 성장에 있어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나 일부 문제점이 지적됐다. 국민의 정부 당시에는 차세대 미래 유망 신기술 산업 투자 분야로 6T(IT, BT, NT, ET, CT, ST), 참여정부 때는 10대 차세대 성장 동력산업을 정했으며, MB정부는 3대 분야 17개 기술 산업을 채택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해온 신성장동력 산업 투자는 부처별 일관성 부족, 신기술 중심, 중복 가능성, 비효율성 등의 문제가 존재했다. 과거 정책 문제점을 교훈삼아 창조경제시대 성장 동력 발굴 정책은 다음과 같은 조건과 전략을 고려하길 바란다.
먼저 구체적인 미래 성장 동력 발굴 조건으로 기존 성과 계승을 통한 사업화 및 산업화가 선행돼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각 정부별 목표와 수단은 달랐지만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지속해 왔다. 이런 투자로 인해 창출된 과거 정부의 수많은 경험과 지식 등의 성과를 살펴보고 그 중에서 가능성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것이 창조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첫 단추다.
두 번째는 일자리 창출 효과를 들 수 있다. 고용 창출 가능성이 높은 산업에서 기술혁신이 보다 강조돼야 한다. 창조경제를 위한 미래 성장 동력 선정에 있어 융합신산업이나 첨단산업도 중요하지만 고용능력이 우수한 산업을 `창조산업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미래 성장 동력 선정 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첨단산업과 기존산업이 공존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 형성을 고려해야 한다. 선정된 미래 성장 동력이 반드시 거대 자본력을 필요로 한다면 대기업 성장에만 도움이 된다. 현재의 대기업 중심 산업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킬 것이다. 신성장동력이 기존 산업을 대체한다면 현재 일자리 부족 문제를 오히려 더 심화시킬 수도 있다.
성장 동력 발굴의 선제조건과 더불어 미래 성장 동력의 육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추진전략도 필요하다. 정부 주도로 특정 산업에 치우치는 `성능향상 중심, 기술공급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어느 분야에서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수요 중심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기술개발 뿐 아니라 관련 법, 제도 개선사항을 포함하는 전주기적 정책 추진을 통해 성과 창출을 위한 시스템 혁신도 이뤄져야 한다. 또 우리의 강점인 ICT를 기반으로 기술간, 산업간, 산업과 문화 간 대융합을 촉진하고 창의적 융합인재를 양성하는 정책을 같이 추진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발전은 상당 부분 정부 집중투자를 통해 성장한 주력산업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시점이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미래전략본부장 bhson@k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