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11조원을 웃도는 천문학적 금액을 풀어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혁신이 사라진 애플이 돈으로 투자자 원성을 잠재운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애플은 24일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2015년까지 자사주 매입 목표를 100억달러(11조2000억원)에서 600억달러(67조2000억원)로 대폭 늘린다고 밝혔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다. 배당도 15% 늘려 보통주 기준으로 주당 2.65달러에서 3.05달러로 확대했다. 둘을 더하면 무려 1000억달러(약 111조9500억원)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셈이다.
애플은 미래의 우려를 떨칠 혁신적 신제품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1450억달러(약 162조6000억원)에 달하는 보유 현금 중 상당액을 푸는 주주 달래기 카드를 꺼냈다. 팀 쿡 CEO는 지난해 3월 17년간 지켜온 스티브 잡스의 무배당 원칙을 깬 후 이번에 더 많은 돈을 풀었다.
팀 쿡은 “지난해보다 주주환원 프로그램 규모를 배 이상 늘려 기쁘다”며 “아이폰5 화면은 가장 이상적인 크기”라며 5인치 대화면 아이폰 출시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며 “가을과 내년 상반기에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 1분기 실적은 매출 436억달러(약 48조8000억원)에 순이익 95억달러(약 10조원)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8% 줄어들었다. 애플 순익이 1년 전보다 감소한 사례는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매출에서 얼마만큼 이익을 얻는지를 나타내는 매출총이익률도 1년 전 47%에서 37.5%로 무려 9.5%포인트나 낮아져 충격을 안겼다.
실적 악화는 단가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이패드 미니`와 구형 아이폰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등과의 치열한 경쟁도 악영향을 미쳤다. 애플은 1분기 아이폰 3740만대, 아이패드 1950만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7%, 65% 늘었다.
2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애플은 2분기 매출을 335억~355억달러로 예상했다. 1분기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동기보다 낮은 수치다.
10년 만에 처음 줄어든 애플 전년 대비 이익(단위:억달러)
자료:블룸버그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