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고르디우스의 매듭`에 대한 얘기가 있다. 프리지아의 왕 고르디우스가 신전 기둥과 마차를 복잡하게 묶어 놓고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지배할 것”이라고 했지만 300여년 동안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 문제도 고르디우스의 매듭만큼이나 풀기 어려운가 보다. 수년째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크고 작은 매듭이 겹치고 겹쳐 해묵은 과제로 남은 상태다.
다양한 원인이 지적되지만 근본 문제는 SW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환경에 있다. 과거 하드웨어(HW)에 `끼워 파는` 수준에서는 웬만큼 벗어났지만 홀대를 받는 건 여전하다. SW 불법복제를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일반인도 아직 많다. 개발에 투입된 인력 등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도 유효하다. 제조업에 적용되던 사고의 틀이 깨지지 않는 것이다.
SW 산업에 돈이 몰리지 않으니 인재의 발길이 끊기고, 기업 경쟁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믿는 건 사람뿐인 중소 SW기업이 인력 부족으로 골치를 썩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악순환의 고리는 고르디우스의 매듭만큼이나 견고하게 얽히고 설켜 버렸다.
알다시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푼 주인공은 알렉산더다. 정확히 말하면 매듭을 풀지 않고 단숨에 칼로 잘라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대담한 방법을 써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말할 때 자주 거론되는 이유다. 알렉산더는 중앙아시아, 인도 북서부에 이르는 광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SW시장 문제 해결에도 알렉산더의 대담함이 필요하다. 악순환의 고리를 누군가가 과감하게 끊어버려야 한다.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순위는 그 `누군가`를 찾는 일이다.
이상적인 주체는 단연 정부다. 이미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를 이끌 핵심 산업으로 SW와 콘텐츠를 꼽았다. `SW 융합 클러스터` 조성과 `SW뱅크` 구축을 비롯해 공정거래 기반 조성, 품질 제고 지원 등을 약속했다. SW 업계의 기대가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가 우선 추진해야 할 핵심 업무는 합리적인 SW 가치 평가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작은 매듭들을 풀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중심 매듭을 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열린 자세로 업계와 대화에 나선다면 방법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지금 정부에 필요한 것은 대담함과 결단이다.
비즈니스IT부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