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자회사 통해 한국 휴대폰 유통 시장 진출

일본 통신사 소프트뱅크가 자회사를 통해 국내 휴대폰 유통 시장에 진출했다.

자금력을 갖춘 해외 유통 전문기업이 등장하면서 중소·해외 단말 제조사의 단말 자급제 시장 진출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알뜰폰(MVNO) 사업자도 유통 전문기업과 제휴를 맺고 재고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유통 전문기업이 중저가 스마트폰 틈새시장을 파고들면서 고가 국산 스마트폰 중심의 유통사업을 펼친 통신사 계열 유통업체와 단말 제조사 자체 유통조직의 맞대응 전략도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의 국내 계열사인 소프트뱅크커머스가 지난 9일 출시된 아이리버의 자급제용 스마트폰 `울랄라5`를 시작으로 국내 휴대폰 유통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IT제품 유통 전문기업인 소프트뱅크커머스는 일본 소프트뱅크 본사가 지분 100%를 소유한 한국 내 지주사 소프트뱅크코리아의 자회사다. 그동안 소프트웨어·솔루션 상품과 IT 액세서리 등을 위주로 유통사업을 펼쳐왔다. 휴대폰 유통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프트뱅크커머스는 MVNO사업자 프리텔레콤 등과 협약을 맺고 휴대폰 유통을 시작했다. 자급제용 단말기 특성에 맞게 통신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프리텔레콤에 가입하면 가입비·유심비 면제 등의 혜택을 준다.

업계는 소프트뱅크의 휴대폰 유통사업 진출이 국내 자급제용 단말기 시장에 유통 전문기업이 뛰어드는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통신사·제조사 위주로 형성된 시장에서 아이리버와 같은 중소업체나 ZTE·화웨이·소니 등의 외산 단말기 제조사가 직접 제품을 유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대형 통신사로선 중소·외산업체의 저가 단말기를 삼성전자·LG전자 제품처럼 대량 공급받을 이유가 없고, MVNO업체는 재고 부담을 지고 직접 유통하기에는 자금력이 모자란다”며 “이 때문에 유통 전문기업이 중간에서 적절한 이윤을 취하며 유통을 대행하면 MVNO사업자와 중소·외산 제조사에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특히 ZTE나 화웨이 같은 중국 제조사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해 유통기업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일정량을 팔았다는 레퍼런스가 시장 확대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소비자 수준이 높고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어 품질 신뢰도가 약한 중국기업으로선 최상의 레퍼런스”라며 “통신사와 직접 거래가 `사실상 불가`로 결론난 중국 제조사가 유통 전문기업과 거래로 국내 시장 판매를 늘리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