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대학이 바로 서야 한국 경제가 산다

세계를 이끄는 미국 경제의 동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올까. 바로 대학이다. 미국 대학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연구의 산실이다. 페이스북도 하버드대학 기숙사에서 만들어졌다.

한국 경제의 미래도 대학에 달렸다. 대학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탈바꿈하는지가 관건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재창조 보고서`를 발간했던 맥킨지가 15년이 지나 소위 2차 한국 보고서를 내면서 사교육비 절감을 주문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정부는 기업과 협조해 마이스터고 확장에 나서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교육제도를 두 개의 트랙으로 나눠야 한다는 의미다. 마이스터고 출신의 채용을 확대하고 대학에서는 직업교육을 제한해 마이스터 프로그램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진학이 고교생들의 삶의 목표가 된지 오래다. 그래서 창의적 사고보다 경쟁자 제치기에 치중한다. 서점에 가면 `시나공`이라는 희한한 말이 있다.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한다는 말이다. 대학까지 그래서는 안 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대학에서는 창의적 사고, 열띤 토론, 다양한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 대학은 취업학원이 아니다. 주요 대학만이라도 창의적 교육에 전념해야 창조경제의 싹을 틔울 수 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질문만 해도 교육의 질 향상, 교육비 절감이 가능하다. 그런데 배운 게 이해가 안 돼도, 심지어 틀린 것을 가르쳐도 그냥 넘어간다. 그건 교수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MIT나 스탠퍼드대 교수가 경쟁력이 높은 이유는 날카로운 질문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그곳 교수는 늘 충분히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게 대학의 위상을 높여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어떤가?

단언하건데 한국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질문하기 두려워하는 학생들의 태도다. 학생들은 수업 진도에 영향을 줄까봐 질문을 꺼린다고 한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에서 질문과 답변을 공유할 수 있다. 그래도 사이버 토론방은 조용하다. 매년 1000만원이 넘는 학비를 낸 학생답지 않다.

한국의 성공방식이었던 △중간 진입 전략 △추격형 연구개발 △국내 시장 보호는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었다. 그때는 베끼면 됐다. 이제는 △선두 유지 전략 △선도형 연구개발 △세계시장 주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창의적이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질문은 창의의 세계로 나가는 창문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한 해 정도 관례적으로 휴학한다. 명분은 어학연수다. 그게 영어 학습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검증된 바 없다. 반값 등록금 정책보다 영어전용 지상파 TV채널 하나를 더 만드는 게 경제적일 수 있다.

대학원의 공동화도 심각하다. 서울대마저 자교출신으로 50%를 채우기 어렵다. 지방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그래서 유럽의 에라스무스 문두스 프로그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 학생들이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영어권으로 유학을 떠나자 우수인재를 남게 하려고 만든 게 이 프로그램이다. 두 개 이상의 대학에서 공동학위를 주면서 유럽 고등교육의 수월성을 제고시키고 있다.

이스라엘은 영재장교 양성교육 프로그램인 탈피오트에 최고 수준의 젊은이들이 몰린다. 그게 일종의 창업사관학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히브리대학에서 40개월의 학사학위 과정을 졸업하면 또 다른 창업 전진기지인 8200부대에서 근무할 수 있다. 나스닥에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상장시킨 게 이스라엘이다. 창의적인 대학이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다.

우리나라 대학도 우수 인재를 붙잡아둘 획기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끊임없이 질문하며 창의력을 키운 인재가 아이디어로 쉽게 창업할 수 있는 풍토도 조성돼야 한다. 창조경제는 대학의 조그만 변화부터 시작될 수 있다.

김형중 고려대 교수 khj-@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