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미래전략수설실 산하 창조경제TF가 마련한 `창조경제 실천안`에 따르면, `국방과학`이 창조경제를 구현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예시돼 있다. `융합`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국방만큼 탁월한 결과물이 없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실제로 국방은 기초과학과 접목할 때 시너지를 발휘한다. 이를 민군협력의 방위산업으로 사업화하면 국방벤처 창업이 이뤄지고 양질의 일자리까지 창출된다.
미국 보잉을 비롯해 벤츠·BMW·보스(독일), 미쓰비시(일본), 르노(프랑스), 롤스로이스(영국) 등 주요 선진국 글로벌기업의 태생이 군수업체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은 창조국방의 경제적·산업적 `융합`의 위력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24일 새누리당의 서상기·민병주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우리나라 국방과학연구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제32회 국회과학기술혁신포럼`을 개최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후원을 받아 `제185회 과학기술포럼`과 공동 월례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서 의원은 “우리 조국이 이제 막 자주국방을 외치던 지난 1970년대만 해도 국방과학기술은 `국방의 초석`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미래창조국방`의 밑거름으로 국방과학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과학, 경제효과 탁월
1970년 단돈 5억원의 국방과학기술 예산은 현재 2조원으로 늘었다. 당시 29개 불과했던 국내 방산업체도 91개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국방과학기술은 세계 10위권으로 평가된다. K2전차와 장거리 대잠어뢰(홍상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고도정밀무기의 독자 개발이 이룬 결과다. 국내 방위산업 규모도 크게 늘어 연 3조원대 시장을 형성한다. 지난 2007년 8억4000만달러였던 방산수출액도 지난해에는 23억5000만달러로 5년새 3배가량 늘었다. 기본 훈련기인 KT-1은 현재 페루로 수출 중이다. K2 전차 역시 현대로템이 터키에 제작기술까지 이전하고 있다.
행사에 주제발표자로 나선 백홍열 국방과학연구소장은 “지난 40년 동안 국방과학 연구개발에 16조원을 투자, 그 12배인 187조원의 경제효과를 올렸다”며 “특히 390개에 달하는 민간기술이전으로 총 1조1000억원의 민수 파급효과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국방과학, 연구실 밖으로
현재 대한민국 국방과학기술은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ADD는 이를 연구실에만 묶어두지 않고 일선 기업과 대학, 출연연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제1 가치인 `융합`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라는 게 백 소장의 설명이다. 기초연구의 경우 지난해에만 87개 과제를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소들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국방과학기술의 이전 역시 한해 30여건이 이뤄진다. ADD가 보유하고 있는 시험시설과 장비, 각종 연구정보 역시 민간과의 `융합`을 위해 적극 공개하고 있다.
이미 종합시험단의 공개가 지난해 2월 완료된 상태다. 올해는 6개 시험장에 대한 민간 공개가 이뤄진다. 내년 말까지는 연구실험실, 오는 2015년 이후에는 방산업체 시험시설과 장비의 현황까지 모두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박 소장은 “우리 군 보유 전용시설과 장비를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며 “산학연 의뢰 시험계획과 진행상황 역시 실시간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래 창조국방`는 투자 활성화로
국방과학기술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투자는 미흡한 실정이다. ADD의 연구인력은 지난 1980년대를 정점으로 계속해서 하향 동결되고 있다. 반면 사업 수는 그 사이 2.8배 증가, 사업별 투입인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2002년 10.3명에 달하던 사업당 평균투입인력은 올해 4.3명으로 급락했다.
ADD의 연구인력은 총 2520명. 반면 북한의 ADD격인 제2자연과학원의 연구인력은 1만5000명, 대만 국가중산과학연구원은 6000명이다. 민병주 의원은 “미래창조국방의 달성을 위해 국방 R&D 예산을 국방비의 10%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국방차원에서 필요 인력을 확충하고 방산기술과 방산수출을 적극 지원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숫자로 본 국방과학기술의 변화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