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과학의 달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풍성한 과학행사가 줄을 이었다. 아마도 제일 신난 건 초등학생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마음껏 뛰놀면서 실험도 하고 다양한 이벤트도 즐겼다. 교실에만 갇혀 있었던 꼬마들이 신기한 과학현상에 마냥 기뻐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대한민국에서 과학은 호기심에 충만한 초등학생 전유물이다. 반가운 일이지만 그 뿐이다. 정작 고학년으로 올라가고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면 과학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학생들도 상황이 이러한데 성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평범한 성인이 직업이 아닌 취미로 과학을 즐긴다면 `화성인` 취급하기 십상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게 우리 현실이다.
이유는 많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한다. 입시 점수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과학에 투자할 만큼 간 큰 부모는 많지 않다. 성인은 어떤가. 일단 바쁘다. 여유가 없다. 게다가 과학은 과학자라는 특수 계층의 전공 분야라는 선입관이 강하다. 초등학교 때 이미 과학을 마스터하고(?) 20년이 훌쩍 지난 성인 남녀에게 과학은 아이들 공부의 연장선일 뿐이다. 수많은 과학단체와 뜻있는 과학자들이 `생활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과학의 대중화`를 부르짖지만 딴 나라 이야기다.
과학이 삶의 일부로 파고들지 못하는 이유는 소통에 구멍이 났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에서 과학은 `사물의 구조·성질·법칙을 탐구하는 인간의 이론적 인식 활동 및 그 산물로서 체계적·이론적 지식`이라고 설명한다. 사전적 의미의 과학 정의이지만 아무리 곱씹어 봐도 이해하기 힘들다. 용어 풀이 하나만 보아도 쉬운 과학, 호기심을 해결하는 과학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만큼 일반인이 느끼는 과학은 다른 세상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SC)`다. 과학세상과 일반인을 이어주는 가교다. 일반인에게 과학현상을 쉽게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그 역할만큼은 아무리 강조하게 지나치지 않다. SC는 과학자·기술자·의사·교사 등 이공계 출신으로 소정의 과정을 거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활동할 수 있다. 직업으로서도 가능하고 재능 기부 형태로도 참여할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존경받는 직업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아직 초기지만 SC를 양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는 2005년부터 여성 이공계 출신 졸업자를 대상으로 SC기본 과정을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총 412명을 배출하는 등 과학 대중화는 물론 우수한 전문 여성 인력의 취업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대학 중에서는 한국항공대가 경기도에 거주하는 은퇴자를 위한 SC과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해외에 비하면 아직도 SC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교육과정도 부족하고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공감을 얻고 소통할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도 축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 관심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과학은 쉽게 말해 자연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해 우리 생활에 이롭게 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뒤집으면 세상을 좀 더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욕망이 과학의 출발이다. 멀게만 느껴지는 과학 세상을 위한 도우미가 바로 SC다. 과학 대중화 어렵지 않다. 우수한 SC 양성부터 시작하자.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