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당근과 채찍

상대방을 통해 어떤 것을 얻으려 할 때 우리는 회유도 하고 때로는 협박도 한다. 이런 때 자주 쓰는 말이 `당근과 채찍(The carrot and the stick)`이다. 다루기 힘든 당나귀를 움직이기 위해 한편으로는 당나귀가 좋아하는 당근을 제공하고, 다른 쪽에서는 채찍질을 가한 데서 유래했다.

잘하는 쪽은 좋은 대우를 해주고 반대편에는 벌칙을 부과하는 `인센티브&패널티`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 하나의 대상에게 권유와 압력을 동시에 사용할 때 주로 이 표현을 쓴다.

최근 박근혜정부가 재계에 대해 당근과 채찍을 모두 가동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불공정거래 타파와 사회공헌,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일종의 채찍이다.

국회 입안 과정에서 일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기본 방향은 재계를 압박하는 데 중심을 두고 있다. 대기업 개별 경영진의 연봉공개는 물론 대기업 불공정 행위와 부당 상속 등에 대해서 징벌적 세금추징이나 강도 높은 패널티 부과를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주요 그룹사들은 잔뜩 움츠린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규제완화`라는 정부의 당근책도 가동 중이다. 지난 1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마련된 `규제완화 중심의 투자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재계에서 모처럼 호평이 나왔다. 그동안 정부가 내놨던 전시용 정책과 달리, 실제 기업이 필요로 했던 프로젝트별 맞춤형 대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에쓰오일은 당장 공공기관이 보유 중인 터를 활용하도록 허용한 이번 조치로 석유화학공장을 새로 지을 수 있게 됐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증손자 회사)의 지분을 반드시 100% 갖도록 한 규제에 걸렸던 기업도 숨통이 트였다. GS칼텍스와 SK 등이 수혜대상으로 꼽힌다.

기업들이 경제단체 등을 통해 투자 애로사항을 건의했고, 정부는 실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문제점을 해결해주면서 괜찮은 모양새도 갖췄다.

하지만, 아직까지 재계 대응이 정부의 요구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앞으로 정부가 당근을 강조할지, 채찍질을 더 늘릴지도 불확실하다. 다만, 재계의 응답수준에 따라 정부가 뽑아들 카드가 달라질 것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전자산업부 차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