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게임을 마약 취급하는 사회/(상)선입견만 갖고 산업 자체를 죄악시한다

게임산업을 마약이나 도박과 같은 `사회악`의 범주로 분류한 법안 발의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게임산업협회장을 맡아 산업에 대한 시각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던 게임 업계는 찬물을 뒤집어썼다. 협회 명칭에서 `게임`을 빼기로 한 데 이어, 이중·삼중의 규제 법안까지 게임산업의 위기를 2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선입견만 갖고 산업 자체를 죄악시한다

공론 거쳐 산업적 가치 키우라

이번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한 법안은 같은 당 손인춘 의원이 지난 1월 발의한 인터넷게임 중독에 관한 2개 법안과 함께 게임산업을 아예 사회와 격리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에듀테인먼트의 역할도 있는 만큼 사회·교육적 틀 안에서 수용성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라 아예 격리하겠다는 발상으로는 점증하는 사회적 다양성을 사회 발전의 견인차로 전환할 수 없으리란 지적이다.

업계는 지난 정부가 게임을 `공해`로 받아들였던 데서 한발 더 나갔다는 우려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게임이 직접적인 사회·문화·경제적 악영향을 낳는다고 증명된 바 없는데 일반적인 선입견을 갖고 만든 법이란 점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더욱이 이 같은 사회 인식이 옥죄는 형국에서 중국·미국·일본 등과의 경쟁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선입견 잣대로 법률화” 반발

게임 업계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고 성토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도 게임을 마약이나 알코올, 도박과 같은 범죄 행위와 연결한 곳은 없다”며 “법률안에 인터넷게임을 4대 중독물에 포함시킨 것은 잘못된 선입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부는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법안이 중복규제 성격이 강한데다 게임을 사회악으로 규정한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문화부 관계자는 “국무총리 산하에 기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외에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별도로 두는 것은 또 다른 관리감독자를 낳는 `옥상옥`”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산하에 중독관리센터를 설립하는 것도 중복 성격이 짙어 국가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견해를 비쳤다. 게임산업을 마약이나 도박과 같은 범죄로 분류한 것 자체가 커진 산업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문화부 관계자는 “게임 과몰입으로 인한 문제는 대부분 사회·문화적으로 소외된 결손가정이나 지방에서 이뤄진다”며 “이를 격리해 치료하겠다는 발상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며 인권침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에 게임을 대체할 놀이를 마련해주거나 보듬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신 의원 기존 입장과도 배치

“지나친 게임 이용은 청소년에게 해롭지만 게임 그 자체가 청소년에게 정신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고는 의학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 선입견과 의학적 판단은 분명히 다르다. 게임과 청소년 정신건강의 상관관계를 의학적으로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난 2009년 8월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였던 신 의원이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게임 자체를 사회적 해악 요소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당시 논리다. 하지만 신 의원은 이번 법안을 발의하면서 게임을 4대 중독요인으로 지목했다. 기존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신 의원 측은 이에 대해 “이번 법안 발의는 새 정부 국정과제로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인터넷게임에 4대 중독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일환”이라며 “게임산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