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협력사가 주도해야 산업혁신 성공

정부가 경제계에 기업 생산성 혁신을 위한 대대적인 혁신운동을 제안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어제 경제5단체장과 만나 이른바 `산업혁신 3.0`을 제시했다.

공장새마을운동을 통한 개별기업 혁신이 `1.0`, 대기업·일차 협력사간 동반성장은 `2.0`이다. 3.0은 영역을 2·3차 협력사까지 넓혀 경영과 공정을 혁신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자는 개념이다. 중소 협력사들이 추진한 혁신 덕분에 기업 생산성과 비즈니스 역량이 커지면 그 성과를 공유하자는 얘기다. 지난해 모호한 개념으로 혼란을 빚었던 `성과공유제`의 새 정립인 셈이다.

중소 협력사들은 대기업이나 1차 협력사에 비해 혁신 역량이 낮은 편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단가 압력에 시달리고 단순 공급에 매달리는 바람에 스스로 역량을 키울 여지가 없던 탓이 가장 크다. 이 역량을 거래처가 키워주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상생의 모습이다. `산업혁신 3.0` 제안에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계도 환영의 뜻을 밝힌 것도 그 취지에 공감한다는 뜻이다.

다만, 유의할 게 있다. 위로부터 내려오는 일방적인 구조는 곤란하다. 대기업과 1차 협력사들은 그동안 중소협력사에게 끊임없이 혁신을 요구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무자비한 단가 인하 속에 중소협력사가 할 혁신은 비용 절감 등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소재·부품부터 공정 개발까지 현장에서 나온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감히 내놓을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중소협력사에 대한 무리한 단가인하 요구와 거래 제한이다. 지금처럼 가면 `산업혁신 3.0`은 무조건 실패한다. 이 점에서 “지나친 (경제민주화) 입법을 지양하겠지만 `제값주기`와 `전속거래 개선`만큼 양보할 수 없다”는 윤 장관의 발언을 대기업은 새겨들어야 한다. 대기업이 무리한 협력사 압박을 중단할 때 비로소 정부도 각종 기업 규제를 혁파할 명분이 생긴다. 또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산업혁신 운동`이 활발해지면 산업이 건강해진다. 그 수혜자는 바로 대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