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이슈]차세대 국방과학기술

19세기 미국 역사학자 존 에보트(John Abbott)는 전쟁을 `파괴의 과학(The science of destruction)`이라고 표현했다. 인류가 이룩한 문명과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전쟁은 확실히 파괴를 위한 과학이다. 하지만 인류 역사는 전쟁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인종·민족·국가 간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투쟁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미래 전자전 <자료: ETRI>
미래 전자전 <자료: ETRI>

세계 각국은 차세대 국방과학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량 살상무기를 앞세운 적국의 도발을 억제하는 한편 전쟁 발발 시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최단 시간에 적을 제압하기 위해서다. 근래 스텔스 폭격기, 초음속 무인 전투기, 로봇 군인 등 예전에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쟁 무기가 전장(戰場)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과학 기술의 진보가 백병전(白兵戰)으로 대표되는 전장의 모습을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미래 전장

미래 전장에서는 신개념 무기가 전쟁의 대세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쟁이 점차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미래 전장이 바이러스, 해킹 툴, 논리폭탄 등의 정보전과 위성, 무인체계 등의 전자 교란 체계를 중심으로 진행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지상·해상·공중에서 벌어졌던 전쟁은 우주·사이버 공간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우주 공간을 활용한 정밀 감시와 온라인 통신·사이버 공간의 정보 작전 등 첨단 정보기술(IT)이 전쟁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은 지난 1997년 걸프전쟁 당시 15%에 불과했던 표적탐지율(ISR)을 2003년 이라크전에서 70%까지 끌어올렸다. 한 발로 표적을 50% 이상 파괴할 수 있는 정밀유도무기 사용 비중은 7.8%에서 80%까지 급증했다.

첨단 감시·타격기술과 지휘·통제·정보기술을 결합한 통합 전투 체계 `C4I`의 반응 속도를 기존 80분에서 12분으로 줄인 덕분이다. C4I 반응 속도가 빨라지면 타격해야 할 적의 위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공격·타격 기술

공격은 최선의 방어다. 하지만 초기에 완전히 적을 제압하지 못하면 역습을 당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원거리 감시 정찰부터 초소형 휴대용 정밀감시에 이르는 감시·표적 획득 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적에게 가장 효율적인 공격을 가하기 위해서다. 통합 전투 체계인 C4I는 전장 상황과 전투 체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지휘·통제할 수 있는 작전 환경을 조성한다. 현대 전쟁은 미사일, 폭격기 등 장거리 교전이 보편화되고 있다. C4I는 대량 파괴나 인명 살상 없이 적의 결정적인 목표를 가장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자기파(EMP)와 고출력 극초단파(HPM)를 활용한 비살상 무기도 개발되고 있다. 대량 살상 무기로 인한 무고한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 무기는 강력한 자기장을 사용해 적의 핵심전력·장비·시설만 무력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EMP는 단기간에 출력이 큰 전자기파를 방출해 전자기기를 파손하는 기술이다. 펄스 전력(Pulse power) 방식과 자장 압축(MCG)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고출력 마이크로파는 통신·관측 장비를 파괴하기 위해 사용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적의 정보를 공격하는 전략도 실행되고 있다. 네트워크, 정보 시스템, 무기체계에 침투해 정보 흐름을 탐지해 추출한다. 추출한 정보는 위·변조를 통해 정보 흐름을 차단하거나 시스템을 마비·파괴하는데 사용한다. 공격 방법은 바이러스, 해킹, 악성칩 은닉(chipping) 등으로 나뉜다. 향후 해킹 기술에 바이러스 기술을 접목해 적에게 역추적 당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형태로 개선될 전망이다.

◇감시·정찰 기술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신속한 상황 파악이 우선이다. 특히 아군이 피해를 입기 전에 한 발 먼저 적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첨단 감시·정찰 기술 확보가 필수다. 향후 레이더, 센서 등 각종 관측 장비가 전장을 누빌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더 센서는 송신된 전자기파의 반사파를 수신, 특성을 분석해 표적을 식별한다. 미래 전장에서는 표적식별(NCTR)과 자동식별능력(ATR) 기술을 탑재한 레이더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텔스 표적 탐지를 위한 지능형 네트워크 레이더(network intelligent radar)와 우주 감시를 위한 광대역 탐지 레이더 개발도 요구된다.

합성개구면 레이더(SAR)는 고속으로 이동하는 물체를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다. 무인전투기에 탑재한 지상이동표적지시(GMTI) 기능을 활용해 이동하는 표적을 탐지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자광학 센서는 X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등 각종 광파장 대역의 특성을 응용해 광신호를 전기 신호로 변환한다. 감지된 신호에서 추출한 정보를 정밀한 영상으로 나타낸다. 현재 장거리 관측을 위해 대구경화하는 추세다.

음향 센서는 수중 표적에서 발생한 음향 신호를 감지하거나 표적에 부딪쳐 반사된 음파를 탐지한다. 복합 압전 재료나 미세전자제어기술(MEMS)을 활용해 제조한다. 항공모함, 잠수함에서 발사한 어뢰 등을 탐지할 수 있어 수중 공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컴퓨터 기반 프로세스를 이용한 위협·전파 탐지 기술은 위협 표적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감지해 위치를 분석한다. 향후 우주 신호 정보 수집과 위성 교란의 임무를 수행하는 초장거리 위치 탐지 기술로 진화할 전망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