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노키아가 빨리 부활해야 하는 이유

신랑, 신부가 마주보며 서약을 하려 한다. 하객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저마다 휴대폰을 꺼낸다. 갤럭시폰을 든 남자가 튀어나온다. 아이폰을 든 뒤쪽 남자가 놀린다. 곧 갤럭시폰과 아이폰을 쓰는 하객간 말다툼으로 이어진다. 주먹다짐까지 간다. 이 난장판 속에 노키아 폰을 든 남녀 직원 둘이 느긋하게 대화를 나눈다. 자막이 흐른다. `싸우지 말고 바꿔(Don`t fight. Switch)`

노키아가 지난달 29일 유튜브에 올린 윈도폰 `루미아 920` 광고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싸움, 아이폰과 갤럭시폰 이용자들의 맹목적인 추종을 맘껏 조롱했다. 나흘 만에 350만명이 보고, 7000여개 댓글이 붙었다. 재밌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정작 휴대폰을 바꾸겠다는 이는 많지 않다.

거꾸로 이 광고는 스마트폰 시장 변방으로 밀린 노키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등쌀에 시달리는 모바일 운영체제(OS) 윈도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식장에 있는 많은 사람 중 노키아 윈도폰을 쓰는 이는 고작 둘 뿐 아닌가. 노키아는 이렇게 추락했다.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 3위인 이 회사는 지난 1분기에 LG전자, 화웨이, ZTE에 밀려 5위권 밖으로 나갔다.

그간 인력과 생산시설 감축, 심지어 본사 건물 매각까지 구조조정에 집중한 이 회사가 올해 대 반격을 노린다. `루미아 920`을 이을 차기 윈도폰, `아샤`시리즈를 비롯한 초저가 제품이 무기다. 노키아 부활 여부를 다음 주 중 점쳐볼 수 있다. 영국 런던에서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를 결합한 새 전략 폰을 공개한다. 잘 팔렸으면 좋겠다. 그래야 하는 이유? 많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키아 몰락을 고소해 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휴대폰 제왕의 극적인 추락 자체가 그렇게 재밌는 모양이다. 우리 기업을 편드는 마음도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옳을까.

노키아엔 있고 다른 외국 휴대폰업체엔 없는 게 딱 하나 있다. 한국 공장이다.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있는 `노키아TMC`라는 휴대폰 공장이다. 한 때 노키아 해외 생산 시설 중 가장 컸다.

이 공장이 요즘 어렵다. 본사 구조조정 여파로 생산시설과 인원을 대폭 줄였다. 인력을 무려 75%나 줄였다. 이 지역 수출의 70∼80%를 차지한 이 공장이 힘들어지자 이 지역 경기도 휘청거린다. 마산지역 수출이 반토막 났다.

이 공장과 거래하는 우리 협력사들도 시련을 겪는다. 해고가 잇따른다. 경영도 위태롭다. 다른 거래선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노키아가 살아나야 마산 경기도, 협력사들도 살아난다.

노키아 부활은 거래하지 않는 중소업체들에게도 나쁘지 않다. 삼성, LG, 팬택 등과 거래하는 협력사로선 노키아TMC가 버텨주거나 더 커져야 거래처와의 공급 협상을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노키아 부활은 스마트폰 생태계도 더욱 풍부하게 한다. 모바일 OS가 사실상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로 양분됐다. 현실적인 대항마가 윈도폰이다. 노키아가 자체 모바일OS `심비안`을 버리면서까지 선택한 카드다. 윈도폰까지 모바일 OS는 모두 미국산이다. 우리나라의 외산 모바일 OS 종속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둘보다 셋이 경쟁할 때 종속의 폐해가 덜하다.

노키아가 살아나면 우리 휴대폰 업체의 점유율을 잠식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계속 커진다. 우리 업체가 잘못하지 않는 한 판매량이 줄 일은 당장 없다. 또 적당한 긴장감은 우리 업체의 제품과 기술 혁신에도 도움이 된다.

거듭 얘기하지만 노키아는 한국에 생산시설을 둔 유일한 외국 휴대폰업체다. 그것도 노키아의 첫 해외공장이다. 1984년에 세워져 내년이 30주년이다.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노키아 부활을 바랄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